오후 내내 눈이 풀리고, 의식이 흐릿해지고, 잠의 중력을 마구 느꼈는데.
이따가 저녁에 푸욱 자야지, 라는 생각으로 꾸욱 참았는데.
잠이 안와요. 도무지.
그러다 갑자기 라디오가 듣고 싶어져서 미니 콤포넌트를 찾았는데,
아 참, 그거 입대 전에 팔았었지.
결국엔 엠피뜨리에 컴퓨터 스피커 연결해서 라디오 듣다가,
결국엔, 편의점에 가서, 던힐을, 결국엔, 금연은, 역시나.
뜬금 없지만, 편의점 아저씨가 친절해서 반가웠어요.
"예, 2500원 입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거스름 돈 입니다."
그냥 형식적인 말이었지만, 반갑더라구요.
요새 불친절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괜히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전철 매표소에서는 버스 카드 충전해 달라니까,
"응? 뭐?"
다짜고짜 반말이고,
홍대 나니와에서는 "여기 혹시 회덮밥은 없어요?"라고 물으니까,
"예? 그런건 없어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쌀쌀맞게.
전철을 타려는데 여고생 하나가 살짝 입구를 막고 있었다는 이유로,
웬 아저씨가 힘껏 그 학생을 떠밀더니 휑하니 가버리고,
그 학생은 멀찌감치 나가 떨어지고.
이건 여담인데,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 아줌마가 이제 저한테 반말을 해요.
같은 동네 사람이고, 저보다 연세도 훨씬 많고, 자주 보는 사이(?)니까,
반말을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건 당연히 아니죠.
그냥 이유를 알고 싶어서 신경 쓰이는 거예요.
군대 가기 전 지금보다 훨씬 더 풋풋(;;;)했을 때는 존댓말을 쓰더니,
왜 팍 삭아버리니까 반말을 쓰는건지에 대한 궁금증.
보통은 반대 아닌가요?;
예전에는 혈기왕성한 '청년'이었고,
지금은 그냥 놀고 먹는 동네 '총각'으로 인식되어서 그런 걸까요?;
몇 시간 뒤에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가야되는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시급도 적고, 일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지만,
하게 된다면 반드시 '친절한' 알바생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잘 자요.
반말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