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글 보기

몸조심

담요2006-05-05 05:26조회 409추천 15
아르바이트 시작한지 25일 째.
오늘은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12시간 일한다.
오늘 처음으로 사장을 만났다.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다.
문고리가 헐렁하게 풀린 것을 보고 한 소리 했다.

"이래서 알바는 안돼. 시키지 않으면 그냥 냅둔다니까.
네가 로봇이냐? 사람이잖아? 그럼 생각을 하면서 일해야지.
니네가 돈 버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그래."

나중에 월급 안주려고 하면 고스란히 되돌려 주겠다고 다짐하며,
사장의 '한 소리'를 머리 속에 몇 번이고 되새겼다.

"이래서 돈 좀 있다는 양반들은 안돼. 조금만 굽신거리면 하인 취급을 한다니까.
제가 로봇이예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정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거예요.
아저씨가 사람 부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그래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치하고 미지근한 공상.
무슨 성장 드라마 대사도 아니고- 저게 뭐람.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이 과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과의 통화 내용이 심상치 않다.
'사고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이건 부대에서나 쓰는 단어가 아닌가 싶었다.
통화가 끝난 후 사장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또 사람이 죽었어. 시체가 오늘 발견됐단다.
너도 몸조심 해라.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죽어버리는게 사람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월급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일 뒤에 발견 될 것인가.



에어컨이 고장났다.
누군가 건물 옥상에 침입해서 동으로 된 파이프를 절단해 갔단다.
요새 이 일대에 이런 일이 빈번하다는 것 같다.
저게 꽤나 짭짤하단다.
덕분에 정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원체 땀이 많은 체질이니,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에서 청소를 한다는 것은 정말 고문이다.
게다가 잠을 못 잔 관계로 정신은 달아난지 오래.
결국 1시간 가량 쇼파 위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머리가 몽몽하다.

집에 도착하거든 먹을 걸 닥치는데로 입에 쑤셔넣고 잠이나 자야겠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3

박진우2006-05-05 11:31
;;;; 난감한 상황이군요. 머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낳으니..
Tabitha2006-05-05 14:50
담요 오빠~ 나 시험 끝났어요~ 놀아줘잉~
담요2006-05-05 22:52
이제 보충 수업을 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