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글 보기

문득,

담요2006-12-27 07:18조회 402추천 3
얼마 전 대학 친구가 메신저를 통해 말을 걸어왔다.
나의 생존 여부를 묻는 것으로써 대화는 시작되었다.



살아있냐?

어, 응.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다! 어떻게 전역하고서 연락 한번 없냐?

한번은 했었잖아;;;

됐고, 이번에 송년회할건데 시간되면 오든가.

연락 못해서 미안해. 좀 봐주라.
송년회? 무슨 모임인데?

우리과 사람들 모임이지.
오빠들은 거의 다 나온다는 거 같은데, 나머지는 모르겠다.
오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

거 참, 되게 쌀쌀맞네. 미안하다니까;;;
송년회는 가는 쪽으로 할께.

그러니? 그럼 계속 수고해.



사실 잊고 있던 친구였다.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거리낌 없이 욕을 퍼붓던,
그래서 고마운 친구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사실 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친구들에게 섭섭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곤 한다.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역시나 미안한 일이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내가 미안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었다.

연락을 안한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다.
그들도 역시 안했으므로 연락이 끊긴 것이다.
일방적인 소통이라 해도 그 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것은 끊어졌다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와 그들의 경우에는 완벽한 절단이었다.
결코 그들 또한 내게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째서 질책을 하는 쪽은 언제나 그들이며,
변명과 사과를 늘어놓는 쪽은 내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다시 한번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선빵필승.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4

wud2006-12-27 08:15
담요님 글은 재밌어서 챙겨 보고 있는 애독자입니다^^
"왜 내가 미안해야 하는가?" 의 답에 대해 이런 생각이 납니다.
담요 님은 연락 없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 살아있냐고 물어보고 왜 연락 안했냐고 질책해본 적이 자주 있나요?
질책을 했다는 것 자체가 '먼저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지요.
외람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제자리에서 받아치듯 변명과 사과를 한 것보다는 친구들이 한걸음 더 와 준 것 같아요.
인사든 질책이든 먼저 하는 것은 '먼저 다가간다'는 면에서 중요하지만 필승이나 기선제압을 위한 선빵의 의미랑은 여러 모로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먼저 살아있냐고 물어본 고마운 친구에게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기꺼이 할 수 있다고 봐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담요2006-12-27 12:09
그냥 생각없이 쓴 글에 이렇게 심오한 댓글이 달리다니, 뿌듯합니다. :)
한번 더 변명으로 받아치자면,
이 글은 제 특유의 엄살 내지는 아양 + 깜찍한 애교의 표출이었습니다.
이런 X 같은 세상, X 같은 인생, X 같은 인간들, 다 죽어버려,
식의 글은 아니지요.
그저 친구 녀석의 질책에 엄살 좀 부려본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하군, (푸훗)
뭐, 이런 뉘앙스라고 할까요.
또한 위의 대화에서 나와 있듯이 제가 연락한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 때도 저는 질책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마지막의 기선제압의 중요성에 대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연락을 하고, 먼저 질책을 함으로써-
이 전에 당했던, 또 당할지 모르는 봉변(?)을 원천봉쇄하자."
제 친구들과 우드님 친구들은 성향이나 방식이 다르다는 점,
이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상, 충분한 변명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D
한얼군2006-12-27 12:33
저도 평소에 연락을 안하고 사는 성격인데요.
연락할 사람은 제가 연락안해도 연락하던데요.

그래서 친구가 없나.. 껄껄껄
햅번2006-12-28 00:36
전 요즘 일부러 먼저 연락하는데.
예전엔 누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리고.
문자와도 그냥 받기만하고 보내진 않았거든요.

그치만.. 늘 먼저 미안하다고는 습관적으로 해요.
요건 고치려고 노력중.. 괜히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는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