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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한 비밀과 혐오

캐서린2006-12-27 16:27조회 468추천 1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이별이 다가옴을 느끼고 어떻게 할지 몰라 괴로워하며 뭉개질 이유는 뭐지.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나는 그 시간에 어떻게든
그런 생각이 들었어야만 했을것이다, 라고 나는 믿었다.
나는 중간에 끊은 상태로 밖으로 나가서 모나미볼펜으로 벽지에다 메모했다.

"사랑->바람->혐오"

친구의 애인을 엇그제 만났다.
그리고 더 이상 친구의 애인이 아님을 들었다.
그녀는 이제 그냥 토모코라는 한 여자였고, 나에겐 '누나'였다.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내 친구는 이미 누나의 머릿속에서
반쯤 죽어나간 모양으로, 일단은 대화에 아무런 거리낌이없었다. 나는 편했다.

친구는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누나와 친한 친구였고 똑같은 일본인이었다.
상대방은 내 친구가 애인이 있다는걸 알지 못하는 듯했다
깨끗한 사랑,사람이라고 믿고 사귀자는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을테지.
나는 들고 있던 담배를 몇모금 마시지도 않고 비벼껐다.

나는 일부러 화난척했다, 그녀앞에서.
정말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 친구나 누나가 잘되기를 누구보다 바랬고,
겉으로는 아닌척 하면서 누나에게 사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대조적인 태도로 나는 그 둘을 처음부터 지켜봤고
혐오스럽게도, 아니겠지 하면서도 기대했던 그 끝을 내 앞에 마주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찔끔했을 때는 나의 연기는 극도에 달해서,
사방에다 대고 마치 친구가 거기에 앉은양 마구 욕을 해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바람 좀 피면 어때서?"

"그럼 나는?"

결국엔 나도 똑같은 '남자'였다
혐오스럽고, 반쯤 죽어나가야만 할 사람은 멀리있는게 아니라 바로 앞에, 나였다.

"솔직했어야지, 그랬으면 바람 좀 피워도 용서는 되겠지, 그걸 못했네 이 친구"

얼굴이 벌개진 그녀의 면전에 이렇게 말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입안으로만 속삭였다. 나까지도 나쁜놈취급당하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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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나나2006-12-27 16:47
나 제목 보고 내 얘기하는 줄 알았어요.
돌겠네.
햅번2006-12-28 00:24
사람 속 마음.. 상당히 솔직히 표현하신 글인듯..
저도 속으론 저렇게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