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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한얼군2007-01-05 03:59조회 385추천 1
일하다가 우연히 거울을 스치듯 봤는데 문득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분명히 보았습니다. 얼핏 보였지만, 저도 순간 깜짝 놀랄정도였으니깐요.

올해로 9년째군요. 방학때마다 한국에 놀러가지만 그때그때 변하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 너무 어색합니다. 짧으면 1년 길면 3년 사이에
한번씩 볼때마다 당신의 인생이 얼굴에 다 쓰여있습니다.

아버지는 21살, 그러니깐 딱 제 나이때, 집을 나오셨다고 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담배를 배우시고 1년동안 절에서 지내시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껏인지 고민을 하시다가 군인이 되기로 하셨죠.
제가 6살때까지 육군 소령으로 계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업을 시작하셨죠.

저는 여태까지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딱 한번 본적이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시고 2년쯤 지나서 였을꺼에요. 식구들 모두 잠든 사이에
주방에서 담배를 피우시면서 소리 없이 울고 계셨습니다.
철없는 제가 아빠 뭐해? 라고 여쭤봤을때 시끄럽다. 그냥 자라 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셨는데 생각해보면 지금 제 말투, 모습이랑 다른게 없는거 같에요.

항상 다른 사람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시고, 나중에 잘못되면 주변사람들
손가락질 받으시고, 그래도 역시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시는 성격 역시
제가 닮은거 같에요.
지금까지 제가 기억하는것만 12개정도의 장사를 하신것 같습니다.
10년 사이에 12개면 부자가 되어도 모자를 판인데...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앞으로만 나가라. 돈따위 걱정하지말고, 너가 하고 싶은걸 향해서
죽을때까지 뛰어라.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


아버지는 요즘 담배를 끊으셨다고 하십니다.
요즘이 아니네요 벌써 2년이나 됬으니깐.


저희 아버지, 감을 좋아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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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wud2007-01-05 04:48
글 잘 읽었습니다.
효자시네요^^
아버지께 인터넷으로 감을 보내드리는 건 어떨까요?
나일등2007-01-05 05:06
부모님의 마음은 늘 자식 잘 되길 바라고.
뒤에서 묵묵히. 그리고 듬듬하게 자식을 뒷받침하고 계신것 같아요.
한얼님. 멋지시군요~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7-01-05 10:55
우린 참 잊고지내는게 많아요
신해철옹의 "아버지와 나" 생각나네요
우호2007-01-05 12:50
인터넷으로 감보내기 강추.
한얼군2007-01-05 14:48
하지만 감은 가을철 과일이잖아요!
사실은 지금은 보낼 여유가 안되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