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해가 되기 직전 맺었던 결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그냥 전에 했던대로, 그냥.
지하실로 공을 하나 떨궜다. 지하실은 방직공장이었는데
몇년전에 망하고 없다. 어둡고, 거미줄도 많고,
계단은 설계자가 다리가 길었던 모양인지, 높다.
공은 계단을 활기차게 튕기며 내리다가 튕탁탁툭 하는 소리를 끝으로
지하실 바닥에서 장렬히 전사하시고 말았다.
어디서 죽었는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밤시간에 유골을 발견하려면
커다란 렌턴과 위생용마스크, 무엇보다 중요한 야식, 이 없으면 안될정도다.
어렷을적 나는 어둠이 무서웠다. 어두워지면 내 방에
드라큐라 할아버지와 미이라가 창문을 몰래 따고 들어와서
내 목을 흠씬 겁탈할지도 몰랐으므로, 나는 항상 밤과 어둠이 무서웠다.
지하실의 공처럼, 내 마음도 깊게 내려앉았다. 31일에 주억거리던
그 철없는 맹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드라큐라와 미이라를 무서워하던 8살의 소년은 겁도 없이 어느새 24살이 되었다.
나에게는 2억5천 정도 되는 아파트가 있고, 그게 언젠가 5억으로 불거라고 하고,
엄마가 200만원을 보태주어서 괜찮은 차도 한대 있고, 휴가 나가서 사두었던 주식은
친구말로, 몇배로 뛰었다고도 하는, 어느 후임과 같은 내무실을 사용한다.
'정말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그 지하실의 공이 나이길,
차가운 소릴 내며 툭탁탁 소리만 내다가 죽어버린
보잘것 없는 테니스 공이 나였으면 하고,
문득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바닷가보다는 숲이 좋다.
숲 속, 물기가 없고 곱고 붉은 흙바닥에 누워서
나뭇잎을 그늘삼아 앞에 비취어진 별이나 손가락질하며 세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