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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와 플라스틱 쓰레기

캐서린2007-01-13 09:59조회 414추천 8

PX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된건,
그녀가 꽤나 오래전부터 그곳에 발을 붙여놓고서도 모자라
불법체류를 탈피하고 떡하니 장기여권을 끊은 한참 뒤였다.

야생고양인데, 이거. 겁도 없어 이거.

이거이거, 하면서 PX쫄병놈은 발끝으로 고양이 코를 살살거린다.
그럼 고양이는 뭐가 좋은지 앞발로 퀴퀴한 냄새나는 전투화를 마구 생채기낸다.

일과를 마치고 뭔가 입요기나 할겸, PX에 내려갔을때
야옹양은 뭔가 늘어진 모습으로 그쪽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입장료라도 내라는 투로 그녀는 내 눈을 할퀴었다.

나도 모르게, 어이쿠 죄송합니다 좀 들어가겠습니다 숙녀님, 이 나올뻔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도도했고 당당했기에,
몸은 진창으로 먼지투성이었고, 똥개라고 부르는게 나을정도의 몰골이었지만,

참,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다.
알아들었는지 야옹거렸다.

몇분 뒤, 스윙칩을 씹고 있는 나의 발 밑에 붙어 몸을 비벼대던 그녀가
계속해서 야옹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입으로 넣으려던걸 밑에 던져주었다.
그녀는 배불러도, 잘도 먹는다. 햇볕이 특유의 녹색 눈속으로 들어가 반짝거렸다.

플라스틱 쓰레기 안에 고기 찌꺼기가 끼어있어서 그걸 고양이에게 주었다.
고양이는 내 의도는 무시하고 커다랗고 네모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예의주시하며
만지작거리더니, 이윽고 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더러운고양이. 드럽다, 이거. 이거이거 안되겠어. 쫄병이 또 시비걸었다.
걸었지만, 자기도 왠지, 귀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것을.

몸을 말고 잠을 자는 그녀의 모습이 좋아서 나도 그 속에서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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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라이리미엔2007-01-13 12:29
고양이의 그 아무생각 없는 도도함이 강아지의 순진함보다 못해서 강아지만 좋아함.. ㅎㅎ
생강빵과자2007-01-14 00:38
인간과 타협하지 않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어디서 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