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아는 여자애한테 돈을 빌려줬다.
20만원을 빌려줬다.
이 아이는 대학 시절 나와 3일을 사귀었던 아이다.
(물론 차인 쪽은 나다.)
오죽하면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할까 싶어서 빌려줬다.
3월 10일까지는 갚아달라는 말과 함께.
그러다가 2월 중순에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지금 갚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대답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였다.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3월 10일,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연락을 해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되었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같았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그래서 3월 말까지는 꼭 좀 갚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때부터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빌려준 것은 나인데, 내가 부탁을 해야 하다니.
그리고 3월 29일.
연락이 안되었던 것은 이 때 부터다.
장장 8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연락을 회피했다.
문자, 음성 메시지, 싸이의 방명록.
아무런 답이 없었다.
전화는 신호만 갈 뿐 받는 일은 없었다.
하루는 연달아 전화를 했더니 꺼버렸다.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벌써 약속을 여러번 어기지 않았던가.
또 사정이 생겼다면 '미안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라는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될지라도 연락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난 이 아이를 자극하기로 했다.
우선 싸늘하면서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두개 남겨주었고,
방명록에는 비방성 글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의 언니에게도 쪽지를 보냈다.
(말해두건데, 나는 일체의 욕을 하지 않았다.)
나는 집요한 놈이다.
비록 3일이라 할지라도 나와 사귀었던 아이가
나의 집요함을 몰랐다는 사실은 애석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도발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회신이 온 것이다.
싸이의 방명록에 비공개로 하나, 공개로 하나.
공개 글에는 돈 먹고 떨어져라, 너나 나나 이제 모르는 사람이다, 꺼져라,
같은 심한 말이 담겨있었다, 고 생각했지만,
비공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깟 20만원, 미친 새끼, 네가 고작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줄은, 씨발, 지랄 엿,
같은 글귀가 가득했다.
욕도 욕이거니와 제일 먼저 내 심기를 자극했던 것은 반말이었다.
어따 대고 반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깟 20만원이라는 말은 또 뭐란 말인가.
정작 그녀는 그깟 20만원을 빌리기 위해 아양을 떨었고,
빌려간 뒤에는 황송해하지 않았던가.
나의 사악한 면모를 들추게 만든 것 또한 그녀였다.
내가 고작 이 것 밖에 안된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나는 사실 그녀가 다단계에 빠진 것이라 의심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그런 의심을 하고 있었으며,
그녀의 싸이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남자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 남자들은 그녀와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그녀가 일촌 신청을 해주었다는 이유로 찾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현역 군인이었다.
여러모로 수상한 냄새가 났던 것이다.
게다가 나의 엄마 또한 다단계로 집안을 말아먹은 전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방면으로는 예민하다고 자부한다.
그녀가 나에게 예를 들어준 것이 한가지 있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사정을 생각해서 믿고 기다려준다, 라는 예였다.
이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나의 다른 사람들은 철저하게 약속을 지키며,
그렇지 못했을 때는 먼저 연락을 해왔다.
나에게는 이런 종류의 예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닥치고 내놔" 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녀의 사정을 항상 들어주었다.
이번에는 그런 사정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그녀의 잘못이다.
이에 대한 변명도 물론 있었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전에 내 연락을 몇차례 피했을 때는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분실이라니.
실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의 상식으로는 핸드폰을 분실한 주인은 핸드폰을 정지시켜 놓는다.
정지된 핸드폰은 신호가 가지 않는다.
나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전화 번호를 몰랐다는 말도 했다.
웃기는 소리다.
전화 번호라면 내 싸이에 떡하니 나와 있다.
정말 갚을 생각이 있었고, 나에게 미안했다면 충분히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돈을 받아냈다.
이 또한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그녀의 욕설과 함께 입금이 되어 있었다.
역시나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나의 효과적인 도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갚은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나는 친절하게 답글을 달아주었다.
물론 일체의 욕은 사용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지만)
벌거벗겨진 채 발악을 하듯이 욕을 퍼붇는 이들의 심리에 대해서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욕에 대해서 같은 욕으로 반박을 하지 않을 때 이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욕으로 비워낸 것을 욕으로 채우기를 바라고는 한다.
'그것 봐, 너도 나랑 똑같은 놈일 뿐이야' 이런 만족감을 기대하면서.
어쨌든 돈을 받아냈으니, 이 것으로 끝이다.
두번 다시 연락하지 말자는 그녀의 말은 그나마 훌륭했다.
애초에 몇년만에 나에게 연락을 해왔을 때 부터 나는 불편했으니까.
빌려준 돈 받아내기
담요2007-04-05 15:59조회 944추천 13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17개
담요2007-04-05 16:01
당연히 걸릴줄 알았던 필터링에 걸리지 않다니!
나나2007-04-05 16:12
참 재미있는(웃기는) 여자네......
개골2007-04-05 20:05
아 피곤해. 안받는게 낫다 차라리.
nukie2007-04-06 00:36
받아줘야지 아깝잖아;;
secret2007-04-06 00:59
그여자 완전 황당하네.
담부턴 아예 꿔주지마세요. 꿔달라고할때부터 별로 좋지 않음.;;
담부턴 아예 꿔주지마세요. 꿔달라고할때부터 별로 좋지 않음.;;
리드2007-04-06 02:39
돈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요...그리고 빌린사람이 약속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여자분은 좀...심하네요.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7-04-06 03:41
돈을 빌려주고 말고하기에 앞서
인간이 덜됬음.
인간이 덜됬음.
하루종일2007-04-06 05:14
정말 웃기는 아이야!
악!!2007-04-06 05:41
세상에는 참 신기한 사람 많아요이..
이랑씨2007-04-06 05:51
이상한 사람이다 -_-
담요2007-04-06 06:49
안받는다는 건 말이 안되요.
계획대로 놀아나 준 것 밖에 안되잖아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D
계획대로 놀아나 준 것 밖에 안되잖아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D
새턴링즈2007-04-06 09:24
침착하게 잘 대처하셨네요.
상Q2007-04-06 09:30
3일이나 사랑한 아가씨였는데 좀 봐주지 ...
이페브2007-04-06 12:05
저같으면 같이 막 욕하고 했을텐데;; 되게 침착하시네요~
그여자분 좀 ;; 잘못하신것같네요;;
그여자분 좀 ;; 잘못하신것같네요;;
아이리스2007-04-07 15:47
나도 좀 집요해볼까....
갚는다는 50만원을 빌려준 녀석이...
빌려주고서 갚는다는 날짜가 지금 거의 10개월이 넘어가는데.
ㅠ_ㅠ 흠흠.
초등동창녀석이라 패 죽이지두 못하고...
내 생에 첫 돈거래이거늘,
완전 대 실패.
역시나 이전처럼 돈은 그 누구도 거래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한 번 뼈져리게 느낀다는...
이번 달에 나머지 30만원을 갚는다던데 과연 그럴련지.
그나마 하던 일까지 그만두었다는데...
갚는다는 50만원을 빌려준 녀석이...
빌려주고서 갚는다는 날짜가 지금 거의 10개월이 넘어가는데.
ㅠ_ㅠ 흠흠.
초등동창녀석이라 패 죽이지두 못하고...
내 생에 첫 돈거래이거늘,
완전 대 실패.
역시나 이전처럼 돈은 그 누구도 거래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한 번 뼈져리게 느낀다는...
이번 달에 나머지 30만원을 갚는다던데 과연 그럴련지.
그나마 하던 일까지 그만두었다는데...
mitena2007-04-08 01:42
돈은 그냥 주는것이 아닌이상 절대 빌려주면 안된다는 말... ㅜ.ㅜ 이 글 읽으면서 이유를 알겠네요..ㅜ.ㅜ
choiceRa2007-04-08 14:36
마지막 필터링 원츄! -.,-;
저도 첫사랑이라 생각한 그녀에게 다단계맛을 봤더랬죠.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런 개~ 인생이라 생각하시고! 또한 이런 세상을 바꿔나가는게 우리 몫이라 생각하면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요~ ㅋ
저도 첫사랑이라 생각한 그녀에게 다단계맛을 봤더랬죠.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런 개~ 인생이라 생각하시고! 또한 이런 세상을 바꿔나가는게 우리 몫이라 생각하면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