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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살아지고 싶다.

담요2007-08-03 09:28조회 411
무더위.
죽을 맛이다.
나라는 인간은 더위에도, 추위에도 약하다.
요즘의 날씨는 절로 나보고 죽으라는 건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조금만 더워도 몸이 녹아내리기라도 하는 듯이 땀이 흐른다.
군생활 동안에 겪었던 두 번의 여름을 견뎌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지금의 나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 스물 넷(혹은, 스물 다섯)에 호프집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다니-
매일 매일이 절로 비참해진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직업에 귀천은 없겠지만은-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부모님은 하루라도 빨리 직장을 구하라고 성화다.
아르바이트로는 답이 안나온단다.
처음 내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끈질기게 쇼핑몰을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그에 필요한 자본을 모으기 위해서, 라는 게 그 이유다.
오랫동안 일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직장은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소 6개월 이상 근무하실 분만 구한다는 곳에 가서-
당연히 6개월 이상은 해야죠, 라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어제는 가게에서 일을 하던 중 낯익은 얼굴 하나를 봤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얼굴은 눈과 입을 동그랗게 만들고는 '어' 라는 감탄사를 뱉었다.
누군고 하니, 한 때 같이 이미지 편집 일을 했던 여자 아이였다.

"오랜만이네."

"예, 잘 지냈어요? 반갑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아, 쇼핑몰 했다가 망했어."

"진짜요?"

"농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른 손님의 호출로 인해 자리를 떠야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따라서 함께 떠다니는 말이 있었다.

"어쩌다가"

이 말은 왠지 엄마의 그 것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듯한 말이었다.

"으이구, 인간아."



무더위, 내가 지닌 여러 역할들과의 갈등, 확실한 소망과 불확실한 미래의 대립,
내가 바라는 것과 네가 바라는 것이 같을 수 없다는 당연함과 그 것이 왜 당연하냐는 당연한 반문-
요즘 같은 때면 늘상 생각한다.

'온전히 살아지거나, 완전히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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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채소나무유령2007-08-05 08:25
욕심은 사람을 구속시키죠.그렇지만 발전할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미래라는 문제의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하나님이 아니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