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뇽인의 스파게티
캐서린2007-08-03 13:31조회 532추천 1
"영원히 살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혹은 그녀)의 말이 좋았다, 레몬향 캔디처럼.
굳이 머릿속에 집어넣어 생각하고 음미하지 않아도
그의 문장은 내 눈에서 비추어지자마자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나를 환희에 차오르게 만들었다.
"제임스 딘이잖아"
친구가 대답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제임스딘? 죽었잖아 그 사람, 옛날에."
영원히 살것처럼 꿈꾸라던 누군가의 말에 걸맞지 않게.
제임스 딘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도로, 중앙선, 금발, 작은 키, 단단한 어깨..그리고,
"포르쉐 550 스파이더"
나는 입맛을 다셨다. 레몬향이 사그라들었다.
그의 몸, 마음, 미래, 꿈, 내일..
내 입속의 허무함보다도 멀고 깊은 존재.
나는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탄 제임스 딘이 되어본다.
핸들을 손에서 놓고 엑셀을 밟는다. 눈을 감는다.
빠름 속으로 그의 작은 몸은 일직선의 도로 위에 내맡겨졌다.
바람이 그의 뺨에 생채기를 낸다.
주황 노을빛이 그의 이마를 짓궂게 만들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음악이 아닌 것이 된다.
그의 가늘어진 눈동자 위로 대지의 요란함,
희미해진 지평선이 갈라서기 시작했을 때.
"으깨졌지 완전히. 요즘 다시 팔거라던데, 그러니까, 리메이크한다던가."
팡
팡. 나는 제임스딘의 포르쉐와 부딪힌다. 충돌.
블랙홀. 천둥. 폭발. 당구. TNT.
"생각해본 적 있어? 제임스 딘을 죽인 상대방."
"없어"
"어떻게 됐을까?"
"죽었겠지. 아니면 불구가 됐던가. 크로마뇽인처럼."
크로마뇽인.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살아서 미래를 꿈꾸려던 제임스 딘은
영원히 살고 싶었지만 내일 죽어버린 크로마뇽인에게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과거에게 먹혀버린 꿈. 그리고 리메이크하는 포르쉐 550.
"해물 스파게티, 어느 분이시죠?"
"저예요"
"네"
웨이트리스가 스파게티 접시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동시에 나는 포크와 스푼을 양손에 집는다.
스파게티에서는 바다의 냄새가 났다.
과거, 거대한 과거.
너무나 거대해서 제임스 딘의 포르쉐까지 먹어치운 과거의 냄새였다.
"분명 이건 크로마뇽인이 만들었을거야"
내가 말했다. 친구는 피식 웃고 만다.
나는 스파게티를 두껍게 말아 크게 입벌려 그걸 우적우적 씹었다.
새우와 조개의 살 같은 것이 안으로 들어왔다.
속으로 포르쉐의 시트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하고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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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이 것도 좋아요 . 마음에 와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