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글 보기

세상도 좁고, 속도 좁다.

담요2007-08-24 19:49조회 412추천 4
목요일 저녁, 동대문에 갔다.
그러니까 나는 친구와 함께 사입을 하러 갔던 것이다.
사입이라 함은 팔기 위한 물건을 사오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갔다.
커다란 사입 가방을 짊어지고 이 곳 저 곳을 떠돌아 다녔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고,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물건을 골라 값을 치르고, 가방에 담는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돈은 쏙 쏙 빠져나가고,
별로 든 것도 없는데 가방은 무거워져만 갔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이 때가 아마도 새벽 1시.
그래서 우리는, 휴게소라고 하기에는 남사스러운,
의자 하나가 전부인 구석 자리에 얌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나의 바로 옆에는 비상통로로 향하는 문이 덩그러니 있었고-.
자, 진짜 남사스러운 일은 여기서부터다.

나와 친구는 이런 저런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위에서 말한 바 있는 바로 그 문이 열렸다.
나는 친구를 향해 몸을 틀고 있었고,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쪽에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는 느낌이 찌르르 왔다.
그리고는 땅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어후-" 이렇게.
뭐지 싶어서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렸다.
웬 남자가 한숨과 함께 사라지려는 찰나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말고 다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남자의 옆모습.
강사장이었다.
예전에 내가 일했었던 남성보세의류온라인쇼핑몰삐리리보이의 사장, 강사장.
왜 나를 보고 피했던 것일까.
대충은 알 것 같다.
못마땅한 거겠지.
예전엔 일개 직원이었던 새끼가 지도 장사하겠답시고 싸돌아 다니는 꼬라지가.
불안했던 거겠지.
혹시라도 자기 뒤를 밟아서 자신이 확보한 거래처 정보를 파악할까봐.

괜히 나 때문에 제 갈 길 못가는건 아닐까 싶어서 나와 친구는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다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내게 물어왔다.

저 사람 말하는 거야? / 어떤 사람?
아까 네가 말한 사장이라는 사람. / 못 봤는데.
짧은 머리에 배 나오고 흰티에 반바지 차림. / 응, 맞다.
조금 전에도 여기로 오다가 너 보고 한숨 쉬더니 나가버리던데? / 또? 세상 참 좁네.
저 사람 속도 좁은 것 같어. / 그러게나 말이 / 그냥 무시하 / 그 상점은 / 그래도 / 이제 / / /



나 자야 되는데.
어어후-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3

양파링2007-08-25 02:45
오픈 하시면 꼭 대박나세요.
LoveDY2007-08-25 16:28
노력이 나중엔 어떤식이든 결실을 준답니다..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7-08-25 16:53
오픈하시면 꼭 쿠폰주세요--;

/혹 담요님,9월 못공연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