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수줍음이 많아졌다.
사회 나가면 사람 만나는게 일인데..
라고 주변사람들이 군데군데 이런 말들을 흘리고 다녔다. 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그런 말들을 다시 주워 담는다. 말들은 몇 분 사이에 광주리 가득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난 군대도 갔다온 놈인데.
그래. 군대도 갔다온 놈인데. 나는 아직 덜 성숙해진 것 같다. 누구처럼 철도 들지 않았고 어른스럽지도 못하다. 여전히 웅얼대며 말하고 여전히 허리는 구부정하며 여전히 눈동자에 초점이 흐리다. 여전히, 나는 발전하지 못했다.
개방도상국의 대표로서 한마디하시죠! 오랜만이라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니까 이번엔 막대한 자본력을 들여 개발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 이번 기획에서 캐서린이 세계에 발돋움 할 수 있는 커다란 교두보적인 기회가 마련되리라 믿습니다,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는 웅얼댄다.
아하, 깊게 한숨을 내쉬어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학생활의 두꺼운 앙금이 채 풀어지지 않고 몸 깊숙이 퇴적될지도 몰라서다. 뉴스에서는 연이어서 태풍 상륙 소식을 전하고 있다. 태풍에 몸을 맡겨볼까. 생각했다. 태풍이 나를 어디든지 데려다주겠지. 될 수 있으면 아무도 살지 않는 곳, 커피와 나무늘보와 무지개가 나는 동네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