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 입니다)
군에서 유격조교 활동을 했을때의 일이다.
주로 우리부대 옆에 있는 유격장으로 유격훈련온 '아저씨'들을 상대로
조교활동을 했는데,
내가 이등병때에는
"니가 아무리 이등병이더라도 여기선 유격조교다, 올빼미들한테 밑보이면 죽여버린다" 란 고참의 위협에
PT체조 온몸 비틀기, 쪼그려 앉아뛰며 돌기, 쪼그려 뛰기란
'죽음의 3단 컴보'로 다수의 올빼미의 입에 거품을 물려온 반면에
오히려
상병이 된 후에는
'다 같이 힘든 군생활 하는데 내가 손수 그들을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란 생각에
PT 6번, 발벌려 뛰기 몇번하고 앉아 쉬게 하면서 코스만 타는
소위 말하는 '덕망 높은 유격조교'로 변모하게 되었다.
올빼미가 코스를 타다 실패해도
열외시켜 피를 토할때까지 PT시키는게 유격조교의 불문율이거늘
이 후덕한 유격조교는
간부의 눈을 피해
"사제 노래한번에 열외가 면제될수도 있습니다. 사제 노래, 전방을 향해 발사"
라고 낮게 깐 목소리로 읆조리며
땀과 먼지로 가득찬 유격장에서
그나마 나와 올빼미간의 화기애애하고 휴식과 즐거움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킨 노래에
올빼미의 거의 대부분이 그때 그때 유행하던 유행가 조금 부르다 말지만
독특한 녀석들도 꽤 존재했다.
자신이 성악과라 성대보호 차원에서 "유격"을 외치지 못해 열외 되었던 좀 뚱뚱했던 올빼미는
예상외로 상당히 멋진 저음으로 성악을 보여주었고
시키지도 않는 안무까지 해가며 열심히 하던 올빼미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면
단연, 디스러브를 불렀던 올빼미 였다.
차라리 판테라의 디스 러브라면 유격장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마룬5의 디스 러브였다.
"아 워 소 하이...아이 딧낫 레커나이즈~"
떠듬떠듬 자신감 없고 위축된 모습으로 디스 러브를 부르던 그 올빼미는
심지어 지난 외박때 사온 마룬5 시디 노래를 한참 듣던 나로써도
그 노래가 디스러브란 사실 조차 모를정도로
엄청난 음치였다.
앉아서 즐겁게 쳐다보던 나머지 올빼미들도
"저 새끼 뭐야?"
"쟤 누구 후임이냐?"
란 소리가 간간히 흘러나왔다.
후렴구까지 끝마치고 나서야 그는 노래를 멈췄다.
순간 나는 엄청난 부조리를 느꼈다.
사르트르, 까뮈의 소설은 웃어넘길정도로 심각한 부조리를 느낀 것이다.
땀과 흙의 적절한 비율로 잘 반죽된 전투복을 입고
검은 얼굴에 생기 하나 없는 얼굴로 우리는 디스 러브를 부르고, 디스 러브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
'싫던 군대' 가
'증오하는 군대'로 변해버렸던거 같다.
This love,
Sartre2007-10-07 02:17조회 390추천 4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6개
이보람2007-10-07 05:43
왜 절대 웃긴 상황이 아닌데 웃음이 나올까요;;
엊그제 군대를 간 동기가 생각이 나네요;;; 걘 뭘 부르려나..
엊그제 군대를 간 동기가 생각이 나네요;;; 걘 뭘 부르려나..
녀찬2007-10-07 06:13
여- 같은 유격대 출신으로서 매우 반갑습니다. 유! 객! (ㅇ_ㅇ)>
Sartre2007-10-07 09:57
우호//
아 저 완전한 유령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쩌다가 여기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을까요?
아 저 완전한 유령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쩌다가 여기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을까요?
Sartre2007-10-07 10:00
녀찬// '본코스까지오느라대단히수고많았습니다.본코스는기초장애물17개코스중8번파도타기코스로써..' 이거 레파토리 아직도 달달 외우시겠네요! 군번이랑 복무신조는 까먹어도 이건 정말 안잊혀집니다.
녀찬2007-10-07 13:38
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직도 PT 자세 나올까 궁금해져서 금방 해봤는데.
발가락 다친거 같애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발가락 다친거 같애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레벨이 어찌. ㅋㅋ
글내용과 무관하여 죄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