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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tre2007-10-26 03:59조회 521추천 13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허겁지겁 씻고

여전히 축축한 머리로 지각을 면하기 위해 교실에 뛰어가기.

(내 방과 교실까지 불과 걸어서 5분 거리 뿐인데도!)


배고픔을 참기.


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담배연기가 얼굴로 몰려오는 것.


억지로 운동하러 가기.


욕실에서 맨발로 걷기.

욕실에서 맨발로 머리카락을 밟기.


잔소리 듣기, 참기, 넘기기, 못들은척 하기.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인것은

'TV동물농장' 시청하기이다.


그 누구도 한가하고 여유롭고 게으른 일요일 아침을

그런식으로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프로그램을 시청함으로써 일요일 아침을 따뜻하고 감동적인 마음으로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싫어함과 미움을 넘어 증오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개, 고양이, 원숭이, 수달. (심지어 문어까지!) 등의 동물들의 행동에

인간의 잣대로만 판단하여

그네들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말풍선을 붙여 넣는다거나

가끔 개의 역활을 맏은

음성변조에 가까운 끔찍한 성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저 평화롭고 편안한 일요일 아침이고 나발이고

영화에나 나오는

부자집 거실 바닥의 호랑이 가죽 양탄자처럼

트럭 바퀴에 족히 20번 정도 치여 납작하게 죽어버린 고양이의 위 속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는 쥐의 머리를 끄집어 내는 것처럼

역겨운 것이다.


심지어는 예전에 어떤 문어의 일생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산란으로 인해 엄청나게 힘을 소진해버린 어미 문어를

어떤 멍게가 공격하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문어가 주인공이었기에 역시나 '비장한 죽음...'어쩌고 하는 자막이 나오고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 연주곡이 나오고

"그렇게 어미 문어는 끝까지 새끼들을 지키고..."하는 성우 목소리가 깔린다.

슬슬 구역질이 나왔음은 말할것도 없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우스개로 이런 소리를 한다.

"저는 포장마차 가면 문어를 자주 먹었는데, 문어가 저렇게 자식 사랑하는 맘이 깊은걸 보고

이제는 더 이상 못먹겠네요~ 이제부턴 멍게만 먹을겁니다! 못된 멍게 같으니!"

아마 이 부분에서 난 구토를 시작했을 것이다.


분명히 다들 알지만 문어건 멍게이건 생존을 위해 산란하고 또 다른 생물을 잡아 먹는다.

그곳에 선과 악은 없다.

추측이지만 그 멍청한 자식은 그 후에 분명

"야~ 배도 고픈데 모듬 회나 먹으러 가자!" 라고 했을것이다.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이러한 부조리함을 여러번 토로한적이 있는데

"뭐 별것도 아닌걸로 또 왠 지랄이냐"란

애정어린 충고만 들었을 뿐이다.

나도 이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부조리한 사건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싫은건 싫은거다.



어렸을적, '동물의 세계'에서

호랑이가 8톤 트럭처럼 뛰어가

15톤만한 물소를 잡아 먹는것을 보고 살짝 슬프려고 한 적이 있다.

아마 집에서 소갈비를 저녁 반찬으로 먹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그때, 생각과 행동의 일관성과 정직함을 지키기 위해

난 채식주의자 보다는 당연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인정하기로 정한것이다.


그러니깐 결론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은 아니고

빌어먹을 모듬회같은 이솝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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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wud2007-10-27 21:00
많이 공감되네요. 저는 동물 나오는 화면 볼 땐 소리 꺼요.
사람이 동물을 사람인 양 해석한다는 자체가 거북해요.
재미로 오락으로 그런다면 이해는 하겠지만,
너무 진지하게 정말인 양 그러구 있으면 기분이 별로예요.
녀찬2007-10-28 14:36
와.... 난 진짜로.... 나만 그런줄 알았슴;;;
일요일 낮만 되면 부모님이 그걸 보셔서. ㅠㅠ
진짜 밥이 안넘어감;
동물농장 말고도 그냥 동물만 나와도 밥이 안넘어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