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의 지적수준의 향상은 그 사회 구성원의 '라디오헤드'음반 보유수와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법도 하다.
통속적인 이야기이지만 클래식 이외의 지적인 음악이 저 락이란 몹쓸 장르 어느 구석탱이에 존재한다는데 그게 바로 라디오헤드란 소리다.
라디오헤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B-side란 무엇인가?
보통 정규음반에 포함되지 못해 사생아로 남아있다가 나중에 베스트음반이나 싱글, EP나 보너스 버전에 실리는 짜투리곡을 뜻한다.
아마 이 말은 A와 B 두 개의 side로 제작된 음반에서 좋은 곡들은 A-side에 주로 수록하고 나머지 좀 떨어지는 곡들은 B-side에 수록한데서 기원할 것이다.
현존하는 지구상 최고의 사운드창작집단인 라디오헤드는, 그러나 B-side라 불리는 범주의 곡들도 상당히 훌륭하다.
아니, 훌륭하다는 말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질 못한다.
일례로 그들의 5집음반 [Amnesiac]의 B-side곡들을 살펴보자.
[Amnesiac]은 애당초 [Kid A]가 발매되고 불과 1년만에 발매된 음반이라 [Kid B]란 가제가 붙기도 했었다. 말하자면 이 음반 자체가 B-Side성격의 음반이라는 것이다. 뭐 그게 굳이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훌륭한 B-side 컴필레이션 음반들을 만나왔다.
suede의 [Sci-fi lullabies]가 그렇고 smashing pumpkins의 [Pisces Iscariot]이 그렇다.
하지만 [Amnesiac]의 수록곡들은 어찌된 일인지 B-side의 곡들답지 않게 유기적인 결합이 매우 끈적한 곡들이다.
이 곡들은 [Amnesiac]이란 테두리를 벗어나면 어찌된 일인지 힘을 내지 못한다. 우리는 이 음반의 모든 곡들을 [Amnesiac]이란 거대한 흐름안에서만 제대로 느낀다.
그래서 라디오헤더들이 말하는 '천국에서 부르는 노래' Pyramid Song이 아름답게 마무리되자마자 pulk/pull revolving door의 변칙비트들의 속사포는, 그러나 의외로 '자연스럽다'.
이러한 일로, [Amnesiac]에게 [Kid B]라는 가제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이 음반은 세포분열해서 떨어져 나온 아메바처럼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꿈틀대며 살아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라디오헤드의 B-side들은 모두 그와 같이 비슷한 성격의 곡들이 유기적으로 뭉쳐있는 곡들인가? 라면 또 그렇지가 않다.
Amnesiac에서 파생된 다른 곡들을 살펴보자.
Kinetic
Transatlantic Drawl
Fast Track
The Amazing Sounds of Orgy
Cuttooth
Fog
Worrywort
이 곡들은 각각 Pyramid Song과 Knives Out의 각기 다른 버전의 싱글들에서 들을 수 있는 곡들이다.
싱글커트로 손색이 없는 '파퓰러'한 곡들-The Amazing Sound of Orgy와 Cuttooth는, Amnesiac의 다른 싱글로써의 기능을 하는 곡들의 수준보다 현저히 높다. 따라서 이러한 곡들이 앨범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 앨범은 그 거대한 흐름의 균형이 깨져버린다.
대신 한 곡씩 따로 들어보자. 이 곡들은 그 강한 에너지 덕에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 흐름으로써의 곡이 아닌, 곡 그 자체가 완성체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실험적인 곡들 또한 그 나름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혹자는 '라디오헤드는 B-side가 더 좋다'라는 표헌을 서슴치 않는다.
1집 [Pablo Honey]의 B-side들을 살펴보자.
creep보다 더 우울하고 한층 헤비한 coke babies는 신인밴드라면 정규음반에 포함시켰어야 할 만큼 킬링트랙인데도 이들은 굳이 아껴두었다가 anyone can play guitar의 영국버전 싱글에만 수록하는 잔인함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초기 B-side 중에서 많이 사랑받는 Banana Co.또한 곡의 폭발적인 에너지라든가 기승전결 구조가 Creep보다 한층 탄탄한데도 불구하고 Pop is dead와 Itch 그리고 나중에 2집 [The Bends]의 Street Spirit싱글에만 수록했다.
이후 이들의 B-side들이 한층 빛을 발하는데,
The Trickster/Lewis [mistreated]/Punchdrunk Lovesick Singalong
Permanent Daylight/Lozenge of Love/You Never Wash Up After Yourself
Bishop's Robes/How Can You Be Sure?/India Rubber/Killer Cars
Meeting in the Aisle/Maquiladora/Molasses/Talk Show Host
A Reminder/Lull/Melatonin/Pearly*/Polyethylene (Parts 1 & 2)
Palo Alto/How I Made Millions/True Love Waits/Gagging Order
I am a Wicked Child/I am Citizen Insane/Paperbag Writer
Where Bluebirds Fly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곡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채, 또는 정규음반에 가려진 채 그대로 있다.
얼마전 라디오헤드의 7집 [In Rainbows]의 온라인 다운로드 버전이 공개되었다.
총 10개의 곡이 있고 12월에 두 번째 보너스CD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았는데 Ok Computer이후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헤드가 레이블과 계약없이 이런 다이렉트 셀링기법을 쓰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나마 그런 유통방식이 없다면 도대체 In Rainbows의 B-side들은 어떻게 구제할 생각인가? MP3로는 해갈할 길이 없다.
라디오헤드 킹왕짱이다. 요즘은 새 음반 못지않게 B-side들을 계속 돌려가며 듣고 있다...
러브레터 to 라디오헤드
visualpurple2007-10-26 04:21조회 586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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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john k2007-10-26 05:28
lift 가 가장 좋은거 같아요 -ㅂ-
mimi2007-10-26 07:04
동감합니다.. 비사이드곡들 완전 훌륭해요~!
초코머핀2007-10-26 12:18
저도 b-side 곡들을 좋아하지만.
곡 자체가 뛰어나더라도 음반에 수록했을때 전체적으로의 균형을 깬다면
수록하지 않는것이겠죠.
앨범은 한 곡 한 곡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것도 무시못하니까..
앨범 발표 후에 작곡할 수도 있겠고, 하지만 버리기 아쉬운 좋은 곡일수도 있겠고,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ㅎㅎ
참고로 oasis의 b-side곡들도 진짜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곡 자체가 뛰어나더라도 음반에 수록했을때 전체적으로의 균형을 깬다면
수록하지 않는것이겠죠.
앨범은 한 곡 한 곡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것도 무시못하니까..
앨범 발표 후에 작곡할 수도 있겠고, 하지만 버리기 아쉬운 좋은 곡일수도 있겠고,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ㅎㅎ
참고로 oasis의 b-side곡들도 진짜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철천야차2007-10-26 12:25
오아시스...마스터피스 앨범.. ㅋㅋ
중간고사 끝났으니 러브레터까진 아니더라도 낙서라도 좀 끄적여야지..끙..
중간고사 끝났으니 러브레터까진 아니더라도 낙서라도 좀 끄적여야지..끙..
카카2007-10-26 14:09
라디오헤드의 비사이드는 못들어본게 태반이라서 어떻게 논할 수가 없겠는데 오아시는 비사이드곡들이 하나같이 환상임..
정말 노엘은(표절시비가 많이 붙었지만) 천재적인 멜로디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웨일즈가는 기차안에서 20분만에 만들었다는 aquiesce만 봐도 알 수 있죠. 어서 마스터플랜2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오아시스광팬인지라 오아시스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흥분모드; 라디오헤드의 비사이드곡들도 다 찾아 들어봐야겠어요~ 바나나코도 싱글앨범수록곡인가요?)
todd2007-10-26 15:17
True Love Waits...
양파링2007-10-26 16:28
외계인들..
정말 사랑할수밖에 없는 곡들.
정말 사랑할수밖에 없는 곡들.
onion2007-10-30 12:45
현존하는 지구상 최고의 사운드창작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