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시간은 정말 공평한 것 같아요.
1년을, 12개월치의 기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연필로 구도를 설정하고 윤곽선을 낸 다음 물감을 묻혀 덧칠을 하는 동안에도 종이는 점점 길어질거예요.
아직 미장센도 잡지 못했는데 새로운 백지 위에 또 다른 그림을 그려야할 때도 있겠죠.
어쩌면 피카소나 고흐의 뺨을 후려칠만한 걸작도 탄생할 수 있을거고요.
매년 엉터리였어요 저는.
굳이 장르를 갖추자면 살바도르 달리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냉정히 말해보자면 저는 정말, 2007년엔 '생각이 없었습니다'
31일 저녁이 되어서야 어린애들 밀린 방학숙제하듯 허겁지겁 그림을 수정하려는 것도
지금처럼 한해를 마무리하며 어떤 멋드러진 멘트를 내보려는 것도, 전부 엉터리 같기만 하네요.
유독 2007년은 굴곡이 많았어요.
제대하고, 헤어지고, 슬퍼하고,
울고, 쓰고, 짜고, 하면서 저는 그림의 기초를 다시 닦은 기분입니다.
"매년 한 게 없어. 시간은 가고, 계란판에 계란만 계속 채워지는구나."
매년 똑같이 우울한 감상에 사로잡히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다음 한해의 끝은 다르리라 다짐해봅니다.
이런 단순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희망마저 없다면
그 삶은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2008년, 쥐어짜서라도 힘내자구요.
우리 대한민국이 운하로 갈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p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 어딘가에도
피식 하고 미소지을만한 풍경과 거리가 숨어있을거니까요.
RHK멤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