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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인 몇자

캐서린2003-07-29 14:09조회 67

어렸을 적에 영어원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한편 우연찮게 본 적이 있다.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각자 영화 한편씩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서 벌이는 일종의 서비스 차원의 그림 쇼였는데, 난 괜히 그 때 부아가 올라서 10분도 안되어서 영상에 눈을 떼어 버렸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사주신 에일리언 인형의 머리를 찍찍 누르며 입 속의 입이 튀어나오는 걸 재미있게 즐겼다.

시간이 지나서 올해, 젠틀맨 리그가 개봉했다.
만화영웅과 소설주인공, 그림과 실사 의 차이점 빼고는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위의 영화들을 보면서 난 아쉽게도 '환영'보다는 '환멸'을 느꼈다. 헐리웃 영화의 상업성에 질색했다고나 할까. 지킬박사와 하이드, 할로우맨, 수많은 드라큐라, 그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캐릭터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영웅들은 자신들만의 스크린 안에서 철저하게 자신만을 뽐내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었는데, 지금은 돈 가방에 눈이 먼 제작자들이 새로운 캐릭터 창조에는 관심 없고 단지 그들을 한 컵에 모은 다음 뒤적뒤적해서 '자, 전혀 새로운 영화가 한 편 개봉했습니다!' 하고 현란한 CG빼고는 다를게 없는 식상한 캐릭터영활 내놓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헐리웃 영화판이 댄 거울 같아 보인다.
한국영화 발전한다 발전한다 말이 많지만 속에 썩고 있는 병폐가 작게 꿈틀거리며
장래의 태동을 꿈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부터 징조가 보이고 있는 것이,
많은 제작자들이 예의 사람들처럼 한번 날렸던 작품의 속편 만들기에 열중하며,
제대로 창작된 시나리오보다는 남이 미리 써 둔 인터넷소설을 재미있게, 싸게 각색하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 지망생들은 어떠한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들의 머릿속엔 모두 '어떻게 하면 야하고, 파격적이고, 웃긴'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만 핏대를 세우고 있으니까. 그러니 오아시스,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들이 너무 크게 부각되고 그로 인해 평가 역시 커지는 것이다. 수많은 모래알 속에서 보석 찾는 건 쉽고 수많은 가짜 보석들 중에서 진짜 보석 찾기는 어려운 식이다.
배우들 역시 '영화 한편 대박 터뜨려서 일류 스타 되자'에만 눈이 멀어 있다.
한때 좋아했던 설경구가 어느 티비쑈에서 전화로 헐리웃 간다며 뻥치는 차승원에게
'야 무조건 가 무조건. 액수가 우리랑 차원이 달라'
라고 말하는 걸 보고 어느 정도 실망을 했었다는. 뭐, 현대인들의 욕심의 관심사는 모두 '돈'이긴 하지만서도,
웬지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판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문제는 관객들의 영화 안목 수준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뭐, 반면에 조금씩 영화 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ㅡ
이렇게 말한다고 내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냐. 라고 물으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 역시 예쁘고 멋진 것에만 눈길을 돌리고, 교수나 평론가들이 '이거 꼭 봐'라고 추천하는 작품들에는 손조차 건네지 않고, 인권영화제보다는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 더 환호를 보낸다. 오로지 자신만의 눈으로만 모든 작품을 평가하고 보기를 희망할 뿐이다. 그러니 괜시리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휴, 이렇게 한탄만 해봤자 개선되는 점은 있을까 하면,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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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Jee2003-07-29 15:45
젠틀맨 리그, 볼까나;;
앙드레 그랑디에2003-07-29 15:49
그렇군요, Never.. 흠..
Keeping the oxygen2003-07-29 16:00
Nell에서 마지막 법정장면만 없었더라면 참 좋았을탠데 ㅠ_ㅡ
Regina2003-07-30 04:14
캐서린님의 글에 매우 공감하는 자의 입장에서 저도 제 주관적인 입장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캐서린님께서 지적하신 이 논점은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의 말초적 쾌락을 지향한 즐거움이냐, 지적 수준을 높이는 즐거움이냐 하는 갈등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접목시키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이 차이를 극소화시키는 것이 이슈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좀 다른 시각에서 본 글도 있습니다.
'사고와 행동 지배하는 친숙한 이데올로기 피상적 이해 넘은 철학적 방법론이 급선무'라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에 도전한다고 주장하는 글이었습니다.
데리다와 커트 코베인은 전통적인 의미와 무의미의 구별을 허물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를 했는데요. 이런 말도 있더군요. '대중문화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중문화에 대한 분석은 신중히 해야한다고.'
어찌보면 이 글에 공감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소위 지식인들이 말하는 저질 문화가 우리 주변에 판을 치고 있으며, 그것이 그대로 대중문화로 변질되어버린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우리가 해석하기 나름이라 생각됩니다. 수 많은 보석 중에서도 진짜 보석은 어김없이 빛날터이니, 문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빛나는 보석을 잘 발견하고 열심히 빛내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우유2003-07-30 13:53
캐서린도 지낙도

글 논리적으로 잘 쓰는 사람 너무 부러워요ㅜㅜ
논리적인게 부럽다기보단,
자기가 가진 생각을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수 있다는게.
Jee2003-07-30 15:38
우유/ 동감이여요. 영화동 글발, just Great!
쿠우-_-;2003-07-30 18:37
몇자라고 해서 몇자일까 클릭했더니
꽤 긴글+_+;;;
캐서린2003-07-31 06:52
제가 쓴 글과는 어느정도 논점이 벗어난듯 보입니다.
저는 인간의 말초적 쾌락을 지향한 즐거움이냐, 지적 수준을 높이는 즐거움이냐 하는 갈등을 문제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예술에 치중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냥 텅 빈 머리로 웃기만을 강요하는 작품도 있겠죠. 이건 제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저는 다만 영화측의 '상업성'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예술'분야가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서 나타나는 '상업성'말이죠.
이건 저질문화냐 고급문화냐 따지려는게 아니라, 굳이 이거다 라고 말하자면, 모든 작품활동의 본질이 너무 자본주의 사회에 근접해지는 것은 아닌가, 쉽게 말해서 '돈'에 대항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창조'로써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겠죠.


우유2003-08-01 02:45
저도 이런 결론을 내리는게 싫지만,
지금 세계의 체제가 자본주의사회인 이상,
모든 활동은 '돈'냄새가 날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영화는 논할 여지도 없이 그렇죠.

영화를 만드는 방식자체부터가 원인이라고 보거든요.
영화뿐만이 아니라 지금 전체적으로 사회가 경제활동을 하는 방식이,
나한테 있는 돈 한도내에서 알뜰하게 생활하자.가 아니라,
일단 빌려 쓰고나서 메꾸자.
이런 방식이잖아요.
한 십년전만 하더라도 모든 가계의 경제활동은 일단 월급이 들어오고 난 다음에 거기서 반찬을 사고,학비를 내고,옷을 사고 하는거였는데
(뭔가 주제랑 어긋나고 있는거 같은데 그냥 계속 가죠;)
지금은 일단 자동차를 사고 할부금은 나중에 핸드폰은 쓰고 나서 요금은 나중에 일단 신용카드로 생활비 쓰고,월급으로 갚는,그런 방식으로 대부분이 살고 있죠.
나쁘다는게 아니라,자본주의가 고도화 되어갈수록 이런식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모습이 나타날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론적으로야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게 문제가 되지않지만,이런식의 경제활동은 필연적으로 과소비를 낳고,'돈'이란 가치가 무지 중요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죠.

근데 이게 영화의 상업성이랑 무슨 상관이냐...
흠 그것은;;
영화라는게,난 영화감독. 나한테 돈 천만원이 있다.영화가 만들고 싶다.이 한도 내에서 열심히 찍어보자.이런거라면 님께서 제기하신 문제가 생길 턱이 없겠죠.
근데 그게 아니라 일단 달랑 시나리오 한편과 캐스팅된 배우 몇명 감독이름을 가지고 투자자를 유치하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을 만든 다음에 그걸로 일단 영화를 찍고 나중에 개봉뒤에 갚는 시스템이니까,영화가 망하면 안되잖아요.
이게 제가 보기엔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구요.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뜯어고칠수 있는게 아니죠.지금 세상은 이런식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세상이니까.

개선될수있는 문제점이라면,(우리나라에 한정해 말하자면)
그 씨네21같은거 보면은,가끔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관객이 얼마 들고 얼마 벌어서 작년에 벌어 들인 돈이 얼마고 적자가 얼마고,영화 판에 돈이 없네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하네 이런 글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던데,
그런식으로 영화에 관계하는 사람들 자체가 영화를 노골적으로 산업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게 문제가 아닐까 해요.근데 이것도 영화인들만 욕할수 없는데,모든게 돈과 직결되잖아요.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다 의대나 법대를 노리고 있고,도서관엔 취직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차있고,티비에선 모든걸 돈으로 환산하죠.

그리고 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영화판 안의 문제도 큰거 같아요.맨날 스크린쿼터만 가지고 싸우지(저는 스크린쿼터 폐지하는거 반대의 입장입니다)스텝들 처우개선이나 시스템 재정비 같은건 거의 신경도 안쓰잖아요.뭐랄까 이런거죠.
벌어들이는 돈은 제가 보기엔 꽤 된다고 봐요.근데 주먹구구식에 몇몇 배우한테 엄청나게 들이는 돈,그리고 계획없이 늘어지는 촬영일정이나,괜히 이상한 영화 찍어서 말아먹은 돈,무계획적인 촬영으로 괜히 쓸데 없이 날리는 돈들이 엄청된다고 봐요.그런데 그런 새나가는 돈들은 불쌍한 아랫사람들 착취해서 막고,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배우들 몇몇 스타감독이나 작가들은 꽤 떵떵거리며 살겠죠.그러나 대부분이 계속해서 열악한 상태에 처해있고,그것에 불평하면,새나가는 돈 막고 시스템 정비해서 고칠 생각은 안하고 '야 작년에 칠십억 들인 영화 망했잖아.요새 회사도 망할 지경이야.그니까 이번 영화 대박나야되거든.대박 나면 그땐 좀 나아지겠지'라는 식으로 허술하게 영화 하나 만들어서 대박터트린다음에 그걸로 달래줄 생각이나 하고.

관객층이 좀 더 고르고 다양한 장르에 분포하게 된다면 그것도 개선의 여지를 줄수 있겠죠.

저런것들은 고치면 좀 개선될수 있겠지만,
영화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할때 전 솔직히 회의적이네요.

예술이란게 노예한테 일 시키고 유유자적하며 땅바닥에 삼각형이나 그리고 놀던 고대그리스에서나 가능한거지;;
(어디선가 읽은 글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