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도둑인 알버트, 알버트에게 개처럼 부려지면서 농락당하는 그의 아내 조지나, 레스토랑 전속요리사 리처드, 조지나의 정부 마이클. 레스토랑 '스피카'를 중심으로 네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과 관계를 통해 '먹는다'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주로 알버트의 행동에 기인해 움직이는 세 명의 인물들은 자본주의의 허물에 대항하는 일종의 희생자들이다. 조지나는 온갖 명품에 휘둘려 희롱에 저항할 수 없고, 리처드는 '계급'이라는 관념에 얽매여 있으며 마이클은 지식이 풍부하지만 물리적 힘에서는 제로이다. 이러한 그들의 이야기는 크게 조지나와 마이클의 불륜, 알버트의 식사 장면을 통해 발전하며, 더불어 '먹는다'라는 의미가 단순히 물리적인 섭취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권력의 상하관계, 성적인 사랑 또한 포함함을 주지시킨다.
외부를 파란색, 주방을 녹색, 레스토랑 내부를 붉은색, 화장실은 흰색으로 대비시켜 공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트래킹이 잦은데, 공간을 넘어갈 때마다 편집으로 인물들의 옷 색깔마저 바꾼 점은 흥미롭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은 아마도 레스토랑 내부인데,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NO이다.
영화에서 레스토랑은 탐욕 그 자체이다. 주변사람들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알버트는 공간과 부합해 커다란 힘을 싣는다. 공공장소라곤 하지만 카메라는 늘 알버트의 식탁을 꽉 채워넣으며 다른 이의 프레임 출입을 저지한다. 알버트의 음담패설과 더러운 음식매너, 조지나를 향한 독설 등은 그래서 더 떳떳해보인다.
PS. Michael Nyman의 영화음악이 잊혀지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피아노의 주제곡을 그가 작곡했다. '내생에 봄날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