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토니 타키타니다."
이런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토니 타키타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자,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은 영화.
이 둘은 내가 꽤나 좋아하는 작가와 음악가이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땐 괜스레 설레이기까지 했다.
나는 이전부터 '왜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영화는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다가 류이치 사카모토라면 완벽할텐데' 하는 망상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완벽하지는 않다, 이다.
기대가 컸던 탓일지도 모르고,
<렉싱턴의 유령>이라는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다는 원작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해서 영화가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연출과 영상에서 자아내는 분위기와 심리 묘사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좌에서 우로 화면이 옮겨가며, 동시에 시간과 공간도 옮겨진다.
그리고, 나레이션.
중간 중간 등장 인물들은 상황에 맞지 않는 대사-나레이션이어야 할-를 무심코 내뱉고는 하는데,
이게 영화 내내 등장하는 목소리(나레이션)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조금은 생뚱맞기도 했지만, 왠지 하루키다운 전개라고 긍정하게 되었다.
소설책에서 시점으로써의 이야기와 캐릭터로써의 이야기가 맞물려 굴러가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일까나).
여하튼 영화는 매우 잔잔하다.
모든 것이 매우 절제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너무 넘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하루키 소설의 전형성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화에서 나는 하루키의 감성을 매우 잘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사카모토의 감성은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었지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않고 보라고 하겠다.
그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