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최고'의 반열에 올라버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봉인된 시간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의 컨트롤에 능숙한 감독이었다.

이반의 어린시절은 그의 작품들 중 '그나마' '덜 졸려운' 영화 중 하나다.
롱테이크가 잦지만 지금봐도 훌륭한 카메라워크로 지루함을 덜어준다.
특히 2차대전이라는 공황적 배경 속에서 12살의 이반 자신이 현재에서 과거로 옮아가는
씬들은 경이롭다. 현대영화에서 새롭답시고 내놓는 기법이나 장면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카메라워크와 연출 하나만으로도
눈과 머리가 느끼는 시간감각은 요상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이반은 과거를 좇으면서 현재 역시 과거의 부수물처럼 대해지길 원한다.
군사학교에 입학시키려는 어른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위해 전쟁만을 외치는 이반
커다란 갈비뼈를 내보이며 자그맣게 떠는 그에게
주위의 모든 환경은 아래 위로 위태롭게 흔들린다.
시간은 늘 우리에게 선택의 갈림길로 손짓한다.
몇가지 가치들 중에서 더 나은 것으로의 길.
그 길 앞에서 우리는 지난 과거 속에 바랬던 무언가가
이번엔 꼭 채워져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