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있어서 폭력이란 너무도 많이 변질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폭력은 정의의 사도가 악을 처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수단이며,
폭력에 맞서는 방법은 당연히 폭력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분노가 폭력으로 승화되는 것에 우리는 열광하며,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면서도 폭력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감동하며 눈물을 흘린다.
어찌보면 일종의 대리만족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폭력을 대신 휘둘러주는 스크린 속 무비 스타들을 통해서 말이다.
멋지게 칼을 뽑고, 총을 쏘아대며, 쓰러트리고, 쓰러진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적들을 제거하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매료된다.
하지만 그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만약 무표정한 얼굴로 적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정의의 사도가 내 옆에 있다면,
나는 아마도 그에게서 도망치려 할 것이다.
정의의 사도는 상대를 가릴지 모르지만,
무기는 상대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휘둘러진 검은 앞에 존재하는 사물을 절단할 뿐이고,
쏘아진 탄은 앞에 존재하는 사물을 꿰뚫을 뿐이다.
무엇이 정의인지, 폭력에 정의라는 복면을 씌워주는 것이 가능한지, 나로써는 장담할 수가 없다.
씨티 오브 갓은 나에게 그러한 공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영화다.
신의 도시는 브라질의 빈민가 도시의 지명이다.
그러나 화면에 비춰지는 도시의 풍경과 주민들의 일상은 신과는 거리가 멀다.
그 곳은 욕망에 의한 살인이 일상이 되어버린, 신이 버린 도시이기 때문이다.
신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무기를 이해하고 있다.
무기가 주는 공포와 권력을 피부로써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무기가 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이 선택한 것은 무기다.
권력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쾌락을 위해서, 복수를 위해서,
또는 이 모든 것들을 부정하기 위해서,
그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어디에도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정의를 위해 총을 들게 된 자는 그 순간 변질되고 만다.
총을 쥔 자가 누구이건, 겨냥 된 상대가 누구이건,
총은 어김없이 발사된다.
이야기는 사진 작가인 부스카페의 진술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기존의 갱스터 무비가 터무니없는 리얼리티를 현실로 그려내고 있는데 반해,
신의 도시는 터무니없는 현실을 리얼리티로 재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출과 편집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농담이라도 툭 던지듯이 가볍고 현란하며 세련되어 있다.
이 영화의 무대는 폭력이 도처에 숨 쉬고 있는 신의 도시다.
때문에, 러닝 타임 내내 쉴새없이 폭력이 비춰지는 건 당연하다고 여겨야 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눈쌀이 찌푸려진다면,
그래도 일단 끝까지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최악의 폭력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 영화를 구성하는 폭력에는 복수와 인과관계가 깊게 내제되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구 휘감긴 형태로 어지럽게 부유한다.
어디서부터 뒤틀리기 시작한 것인지 쉽게 가려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또한, 그 것을 가려내는 일에 의미가 있는지 역시 알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근데 저 포스터에 "액션 스릴러"는 뭘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