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절규
acid2003-07-28 01:45조회 1129추천 29
이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아직 아이콘도 없고 해서..;;)
전능하신 우호님;;만이 쓸 수 있는 건줄 알았는데...^^;;
<영혼의 절규, 바슬라프 니진스키, 이덕희 옮김, 푸른숲>
발레리노 니진스키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 책은 니진스키가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에, 그러니까 정신질환 증세가 극에 달했을 때
쓴 일기예요. 그래서 그런지 글 속에서도 분열된 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문장이 짧지만 모순이 많아
저는 읽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어요. (페이지 넘기고 나면 앞장에서 무슨 말 했는지 도통 기억이 안나서리;;)
혹자는 이 일기를 정신병자의 미친 소리 쯤으로 단정짓기도 하던데, 너무 오만한 태도인 것 같아요.
숨도 안 쉬고 써내려 간 듯한 긴박한 문장 속에 정말 너무도 넓고 깊은 세계-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
대한 세세한 고찰-가 담겨 있다고 느꼈거든요.
이리저리 펜대 굴리면서 쓴 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솔직함이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것도 매력적이었구요.
지극히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의 지극히 거칠고 정열적인 고백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되긴 싫으니까 자세한 설명은 피하도록 할게요.ㅋㅋ)
판본이 꽤 여러개인 것 같은데, 이덕희씨가 번역한 게 구하기도 쉽고 또 내용도 알찬 것 같아요.
니진스키의 열혈팬인 역자께서 권두에 해설도 써주셨구요, 사진 자료도 풍부하고, 부록도 실려있어서
본문만 읽었을 때는 알 수 없는 여러 정황들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인 듯 합니다.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께서 유년기에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이 책을 꼽으셔서 바로
서점 달려가 샀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넉달 전쯤엔가 가지고 있던 책 친구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서
산 건데, 두께와 가격이 좀 부담되긴 했지만 전에 가지고 있던 책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화려한 천재 발레리노 니진스키가 아닌, 돈문제를 걱정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고심하는 그런 평범한,
그러면서도 치열한 열정을 잊지 않았던
끓고 있는 증류수같은 니진스키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분명 행운인 것 같네요.
오랜만에 책읽다가 밤새고 싶은 분들께 특히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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