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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캐서린2003-08-02 02:30조회 998추천 22


추리소설의 묘미는 '독자의 참여'에 있다고 하겠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몇가지 증거나 증언의 실마리들을 획득하고 잠시 호흡을 멈춘 다음, '이 놈이 범인일꺼야' 하고 살짝 살인마나 사기꾼을 찍어놓고서 결론을 향해 눈을 돌렸을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범인을 맞추거나 못맞추거나 느끼는 쾌감은 비슷하다 ("역시 이 자식이 범인이라니까!" "어어!? 썬글라스 낀 이 여자가 죽인거였어?")
어린시절에 '피라미드 대탐험', '드라큐라 공포체험' 이란 제목의 게임책을 즐겼었다. 첫장을 펼쳐서 미로나 선잇기 같은 단순한 문제를 푼다음 얻어진 결과의 숫자에 따라(32페이지로, 12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는 방식이었는데, 별다른 이야기도 없고 구성도 엉성한 그것이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없는 돈 있는 돈 다 모아 네 다섯 권 사서 무진장 팠었던 기억이 난다. 직접 참여한 상태에서 퀴즈를 풀며 골몰하는 환상 아닌 환상이 즐거웠던 것일까. 그 책장을 펼치면 난 정말 피라미드를 탐험했고, 드라큐라를 놀렸다.
이런 즐거움을 <플랑드르거장의 그림>이라는 추리소설에서 잠깐 느꼈던 것 같다. 작년에 읽었던 소설인데, <뒤마클럽>으로 유명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파악되는 것처럼 내용은 플랑드르거장의 그림 '체스게임'에서 감춰져 있던 문장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를 발견하면서부터 벌어지며, 초반부터 독자를 누가 체스판 위의 기사를 잡았는가에 대한 문제에 참여시키고 있다. 게다가 중반부터 벌어지는 살인사건은 위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긴장감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ㅡ 또다른 추리소설 추천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알렉산드라 마리니나,문학세계사
'안녕, 내 사랑아',레이먼드 챈들러,해문출판사
'성녀의 유골',엘리스 피터스,북하우스
'게놈 해저드',쓰카사키 시로,프리즘

'추리소설'하면 아가사 크리스티나 애드가 앨런 포우의 작품들을 많이 떠올리는데,
나는 이상한 번역 때문에 읽질 못하겠드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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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2003-08-02 04:18
뒤마클럽 읽었는데 (영화 나인스게이트의 원작이죠...)
약간 뒷심이 딸린다...라는 느낌이었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플랑드르거장의 그림.은 체스게임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요즘 체스에 관심이 있거든요.^^
아쵸2003-08-02 12:19
아아 뒤마클럽이 그분 책이였군요..
장미의 이름을 읽는건 상당한 포스를 필요로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