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은 자위행위일 뿐이야."(영화 '파이트 클럽' 中)
이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기존의 윤리담론에 들어맞는지 안 맞는지를 떠나서, 저에게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온 대사였습니다.
주류 도덕률,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윤리교과서에서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통한 자기성취를 권장하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도, 그리고 계발의 결과물도 모두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현대인의 내면심리라는 직설적인 주장이 어느정도는 수긍이 갔기 때문입니다.
현대 소비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부속품들로서의 현대인들에게 제도권의 훈육시스템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종용합니다. 그것에 따라 자기계발을 한 현대인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성취감을 느끼겠지만 사회 전체의 시스템에서의 소외감, 노예와 같은 지위는 근본적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입니다. 말 그대로 현재의 제도 내에서 자기계발을 통해 느끼는 일시적인 희열은 자위행위일 뿐이라는 것이죠.
결국 이 논리가 확장되어 극단적인 주장에 이르게 됩니다.
"오히려 자기파괴만이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수단이지."
솔직히 저는 자기계발의 가치를 무시하는 쪽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주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소외감과 공허함만을 주는 현대사회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자기 안에 내재된 모든 현대적인 규율, 제도권에서 사회화된 자아의 정체성을 모두 파괴시켜버려야 진정한 나를 알 수 있다는 대사가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침울하게 다가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체계의 정반대 극에 서서 그 어두운 이면을 향해 통렬한 펀치를 날렸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파이트 클럽'은 훌륭하다는 평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소설이자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척 팔라닉의 소설이 '파이트 클럽' 하나만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것도 많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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