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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캐서린2003-10-22 11:54조회 1017추천 26

SOMETHING (뭔가 일이 터졌다)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 ㅡ "베르나르댕씨가 매일 오후 네 시에 집에 방문해서 오후 여섯 시에 자택으로 돌아간다"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저 그런', '스펙따꾸르 하지 않은'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 사회 생활하면서 반드시 겪게되는, 어쩌면 '자주 반드시','아주 드물게' 겪게되는 낯선손님의 방문 ㅡ 를 무려 200여쪽이나 되는 분량으로 담아낸 작가도 작가지만, 그런 불평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 들고 룰루랄라거리며 읽어재끼는 나의 모습은 또 얼마나 '할일 없는' 인간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자괴감에 빠지는 이 몸이다. 하지만 그런 자괴감은 24시간에 몇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조금씩 오는 것이지만, 오후 네 시의 작품을 읽는 것과 동시해 전혀져 오는 자괴감이란, 예의 그것과는 차원,강도가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방귀랑 쓰레기장 정도? 그만큼 오후 네 시가 가져다주는 허탈감은 깊디깊은 여운을 남긴다.

위에 '분명히' 언급했다시피, 오후 네 시는 너무나도 사소한 사건 하나를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 사이에 어떠한 외적 갈등도 없다. 주요 등장인물이라고는 고작, 뭐든지 사랑하는 아내이면서도 딸이면서 누나이면서 엄마인 '마누라'와, 사건발생자이고, 이웃의 말에 항상 무뚝뚝하고, 70년을 살아오면서 '웃음'이라고는 털끝하나도 만져보지 못한 듯한 베르나르댕, 그리고 '인간'이라는 말보다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베르나르댕의 아내. 그리고 오후 네 시 사건이 터진 이후로 내적갈등이 심해지는 주인공 에밀. 이 네 명이 전부다.

에밀과 그의 아내는 시골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집으로 이사한다. 프랑스가 선진국이다 보니 노후보장이 꽤 빵빵한가 보다. 60대의 둘은 이층집에서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단 둘이 오붓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사한 다음날, 굳은 표정의 베르나르댕씨가 그들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돌아간다. 에밀은 이사를 축하하고, 이웃과 인사도 할 겸해서 방문했리라 믿지만, 그러한 믿음은 그 다음날에 철저하게 깨져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다음날의 다음날, 다음날의 다음날의 다음날도 깨진다.

ANTIWAR (반전)

이 작품의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시라!
글쎄. 거창하게 '반전'이라고까지 말하긴 좀 애매한 감이 있지만, 어쨌든 에밀의 내적갈등이 빚어내는 결과는 참으로 놀랄만하다. 독자들이 '분명 마지막에 가서 화해하겠지' 하는 화해무드적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문장들이 몇몇 보이는가 싶더니, 작가는 독자를 배반하고 구석에 준비해둔 선물상자에서 작은 폭탄하나를 꺼낸다. 궁금한 이들은 직접 읽어보시라!

PS2 (플레이스테이션2 갖고 싶다)

추신. '열린책들' 에서 출간된 작품들은 모두 재밌는 것 같다. 그들 책만 읽어도 평생은 행복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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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regina2003-10-23 07:57
음, 읽고 싶어 지네요..
Jee2003-11-13 21:48
책 디자인도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