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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saac666com2003-10-30 04:40조회 1084추천 33

'해변의 카프카' 를 읽고 작가의 말을 빌리면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방황하고 있는 외톨이인 영혼' 을 카프카의 의미로 말하고 있다. 카프카라는 이름의 주인공인 소년을 통해 세계의 비현실성과 현실성 사이에서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소년이란 점과 내용이 꼭 성장소설인 데미안과 비슷한 기분도 들었다. 특이한 사건들과 상상력이 풍부한 내용의 전개로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 역 구내를 많은 사름들이 오가고 있다. 모두들 제각각의 옷을 입고, 짐을 끌어안은 채 바쁜 걸음으로 제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백 년 뒤의 일을 문득 생각한다. 지금부터 백년 뒤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예외없이(나를 포함해서) 지상에서 사라져, 먼지나 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거기 있는 모든 사물이 환영 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바람에 날려 당장이라도 흩날려 없어질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내 두 손을 펼치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악착같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 - P110 - 참 바보 같은 생각이다. 왜냐고?.. 이 세상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지 않은가 --;... 우린 우리의 내면, 감정에 깊게 - 정직하게 - 동화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이러한 문구를 읽고 느낀 감정에 가끔은 쉽게 무너진다. 다시말하면 우린 (적어도 나는) 철저한, 완벽한, 솔직한 내 모습을 모른다. 아직 자신의 모습을 보는 눈이 명확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는 -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미숙함(?) - 무언가를 읽고 보고 경험하여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주인공은 판단의 축이 서지 않은 아직 15살의 소년이다. 그것은 순수한 상태로서 이러한 오류의 위험없이 그저 그러한 생각을 하며 성장해간다. (주인공이 15살이란 점은 이런 점에서 작가의 의도이다. 변화의 가능성이 무궁하며 가치관이 고리타분하게 정해지지 않은 '순수한 원틀') " 바다라는 것은 좋은 거군요. " " 그래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 " 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일까요? " " 아마 넓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겠지. " 청년은 그렇게 말하고, 망망대해를 가리켰다. " 그러니까 만일 저쪽에 세븐일레븐이 있고, 저쪽에 세이유 소핑센터가 있고 저쪽에 파 친고 가게가 있고, 또 저쪽에 요시카와 전당포 광고판이 있다면, 이렇게 편안한 마음이 될 수는 없지 않겠어? 망망대해에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게 없다는건 참 좋은거지. " - 하 P225 - 사실 저런 광경은 '있는 것이 그 자리에 있는 것' 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다' 라는 표현이 가능하고 또한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인간의 순수한 외침이던지 머리속 인식의 정리를 통한 것이던지 간에 그러한 느낌이 든다는 것에 한번쯤 생각해 보게한다. " 이 세상에서 형태가 있는 것이 조금 줄고 그만큼 '무'가 불어난 셈이지 " - 하 P 338 - " 우리는 모두 여러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일도 해야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거야 " - 하 P 449 - 주인공은 이 세상과는 다른 공간에서 - 그것은 '무(無)'라고 표현 될 수도 있는 -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엔 이 세상 속에, 우리가 부대끼는 이곳에 녹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찾고 진정한 의미는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성장해 가는 내 안의 소리이다. 성장해 간다는건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지나온 것들을 통해 현재의 자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일까. 그러한 구분은 물론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나의 모습에 귀기울이고 정성스럽게 앞으로 전진하는 순간순간이 우리의 모습이란 것이다. 그것은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이 끝까지...세계의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일 것이다.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 하 P 455 -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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