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밤, 휴가중이던 엄마아빠를 위해 맛있는 거 만드는 중이었는데(요리하는 걸 좋아해서요ㅋㅋ~
요리 소모임도 만들면 좋겠다-_-)
인물 현대사였나? 암튼 텔레비전에서 윤이상 님에 대해 다루려던 찰나였어요.
엄마아빠는 저거 재미 없겠다며 채널을 돌리려고 리모컨을 집어 드셨죠. 그런데 제가 그 순간 달려들어서;
저거 재미있을 거라고, 대충 윤이상 님의 삶을 정리;해 드리고 저거 꼭 보자고 졸라서 결국은 끝까지 다 보게
되었어요. 다 보고 나서 엄마아빠도 만족하시더라구요ㅋㅋ. 덕분에 제가 만든 음식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소감도 이야기하고... 참 좋았어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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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님은 한국음악을 서양음악의 시스템 속에서 구현하신 분인데,(쇤베르크의 12음계와도 연관이..)
단순한 구현이라기보단 그 속에 담긴 독특한 철학과 실험정신 때문에 창조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유명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해 낸 통영출신으로(소설가 박경리 님, 시인 김춘수 님, 유치환 님 등)
바다소리, 어부들의 노래소리, 무당들이 굿하는 소리에 영감을 많이 받으셨던 듯. 고구려 사신도에
남달리 애착을 갖고 계셔서 북한에 가서 그것을 직접 보려고 하시다가 소위 동백림사건(동베를린 공작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세요. 한마디로 반공이 절대원칙이었던 박정희 대통령 때, 빨갱이로 몰린
것이죠. 그때 다른 유학생들까지 대규모로 잡혀들어가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는데, 시기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불어닥치는 (조작된)북풍에 다름 아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특사로 석방되셨는데(그렇지만 한국땅을 밟는 것은 여전히 허락되지 않았죠-_-),
그 이후로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네요. 저는 그 '이후'의 음악만 들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통일문제에 대해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 고민하는, 음악 밖에서 음악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음악가로 변모하셨다고 하면 될까요. (사회적 음악가, 정치적 음악가. 이런 말은 좀 그런 것 같아서...;;)
얼마전에(1995년)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자 독일로의 망명이후 첫 한국방문을 앞두고 지병이 악화되어서
돌아가시고 말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윤이상이란 이름은 금기시 되는 것 같네요. 음악계에 대한
공헌에 비해 지명도도 낮은 듯 하고.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음반은 두 장인데요,
Chamber music 2 : L'art pour L'art (예술을 위한 예술)
My land, My people (이건 아마 많이들 아실거예요. 독일에서 광주민주화항쟁 때의 학살을 보고 만든
곡이 실려있거든요. 역사, 현실, 미래, 광주를 기리며 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라이센스반은 없는 듯 해요. 독일수입반만 있는 것 같은데...
쇤베르크의 음악을 들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보통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음악같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불편하고 거슬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한데, 쇤베르크의 음악보다는
(한국적 음색과 선율이 살아있어서 그런지) 훨씬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살아가는 데 있어 고통과 절규, 한숨의 순간도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걸 외면하려고만 하지
그것 자체를 미적으로 승화시키거나 미적으로 승화된 그런 감정에 공감하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쇤베르크와 비슷한 시기의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예로 들자면, 바흐나 헨델, 스카를라티
같은 고전주의 음악가들이 정형화시킨 소재, 정형화시킨 미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잖아요. 시대의 변화나
당대 현실의 틈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음악이라고 해야 될까요.
윤이상 님의 음악은 자신과 민족, 더 나아가 인류가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그게 끝은 아니라
는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일부러 관습화된 시각의 테두리 안에서만 음악을 탐색하지 않고
'살아있는' 자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서 음악을 이끌어 낸, 그래서 그 자체로
'새로운 음악'이었던 윤이상 님.^^;;
윤이상 님의 음악을 듣기 전, 혹은 들은 후에라도 kbs에서 다시보기로 인물 현대사를 보시면 더 많은 것들이
귀에 들어올 것 같네요. (다소 균형을 잃은 부분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동안 윤이상 님에 대해 한참 균형을
잃었던 보도 태도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