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6시경.
또 다시 장례식장에서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 곳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채 밤을 지새웠다.
그 곳의 바닥은 빌어먹게 뜨거웠기 때문에 도무지 누워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웃다가 지친 까닭인지 숙면을 취한듯 했다.)
그리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세식구 또한 마찬가지인 듯 했다.
잠을 자지 못해 내 눈은 붉게 충혈되었지만, 여전히 세 식구의 눈물이 보였다.
또 다시 그 곳은 통곡 소리와 웃음 소리가 뒤섞이는 불편함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염"을 시작한다는 통보와 함께 상주와 어른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그것이 관 속의 시신을 마주한채 고인의 명복을 "염"원하는 의식인줄 알았다.
그리고 멋모르고 뒤따른 내가 본 것은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과장해서 말하자면, 죽은 시체-고모부-를 장의사 둘이서 가지고 노는 장면이었다.
바닥의 시체를 들어다가 침대에 올려놓고는, -마치 고등어 한마리를 도마 위에 올려놓듯이-
이리 저리 몸을 돌려가며 천으로 문질러 대는 것이었다.
시신을 닦는 일을 행했던 것인데, 내가 본 그들의 동작은 굉장히 사무적이었다.
마치 일을 빨리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난 청소부 같았다는 얘기다.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유족들 앞에서 고인을 나무 토막 다루듯이 거칠게 다루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겐 어떠한 범죄보다도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굉장한 분노를 심어주었다.
(사실, 고인이 된 고모부의 모습은 나무 토막보다 보잘것 없었다. 이는 내게 정말 충격이었다.)
고모부의 귀와 코는 하얀 솜뭉치로 맊힌 상태였으며, 얼굴은 가면을 씌워놓은 듯 했다.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는, 여태껏 본 적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순간,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마치 억지로 비틀어 막아놓은 마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튕겨져 버리 듯이...
너무나 갑작스레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고모부는 굉장히 좋으신 분이었다.
고모부는 형제가 여동생 하나 밖에 없으셨고, 고모는 나의 아빠까지 6남매이셨기 때문에
명절이라도 되면 시끌벅적하게 모이는 고모의 식구들을 굉장히 부러워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정말 서울 식구들을 (나의 친척들을 말하는 거다.) 좋아하셨다.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셨다.
그러다 몇해전 갑작스레 간암 진단을 받으시고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마지막 순간에도 고모부는 우리 서울 식구들을 보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도착하니 기다리자는 고모의 말 때문인지
고모부는 눈을 감지 못하신채 돌아가셨고, 작은 고모네 식구들이 뒤늦게 도착해서 눈을 감겨주자
그제서야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젠장!
결국 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잔인한 의식을 뒤로한채 도중에 나와버렸다.
그 후로는 세식구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내 눈이 먼저 흐려졌기 때문이다.
고모부의 선한 미소가 생각이 날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리고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로 고모부를 잊고 지냈던 나에게 너무나도 화가 나서 눈물이 났다.
아프신 것을 뻔히 알면서! 그래서 설에도 뵙지 못했으면서!
전화로나마 새해 인사를 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나에게 너무나도 화가 났던 것이다.
그저 '안됐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에게 너무나도...
건강하실 때는 시간만 나면 그 멀리 대구에서도 찾아오셨었는데.
빌어먹게 건강한 나는 어째서.
더 이상은 못쓰겠다.
대구에서 5일 동안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하자 또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도무지 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늘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나와 아빠에게 소금을 잔뜩 뿌리셨다.
솔직히 나는 이런 미신을 믿지 않지만, 만약 정말로 소금이 잡귀를 쫒는다면...
잡귀따위라는게 있고, 소금이 정말로 효력이 있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소금을 뿌릴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소금기 가득한 눈물을 잔뜩 흘리고 왔으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눈물, 콧물 질질 짜게 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젠장.
정말 무엇이든. 떠나보내게 되는 입장은 정말 우울하죠.
그만큼, 소중했던 사람이면.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