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께서 오늘은 또 다른 임무를 주셨어요.
"화장지 만들어서 채워놔라."
그러니까 재떨이에 깔 화장지를 말하는 거예요.
재떨이에 담배 꽁초가 있으면 모두 비우고,
새로운 화장지를 깔고 다시 물을 붓죠.
그래서 이 화장지들을 한쪽에 잔뜩 쌓아놓는데,
그게 부족하니 여분을 더 만들어 놓으라는 소리.
물론, 이 것도 저에게만 주어진 일은 아니죠.
그 때 그 때 부족하면 알아서 채워놔야 하는데,
이 걸 또 저에게 떠넘기네요.
만드는 법은 이렇습니다.
1. 화장지 한 롤을 준비한다.
2. 이 것을 세칸 간격으로 모두 뜯는다.
3. 세칸 짜리 화장지를 점선을 따라 두번 접는다.
아아, 이거야 원.
그동안 청소하면서 내가 청소부로써 고용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부업으로 인형 눈알 (...) 꿰메는 아줌마가 된 것만 같아요.
아직까지 손님이 한명도 없네요.
그런데 방금 전,
웬 남자 하나가 들어오길래 "어서오세요" 인사했더니-
저를 슬쩍 보고 흠칫 놀라더군요;
저도 슬쩍 보고 흠칫 놀랐어요;
3년 전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했거든요.
그러니까 노숙자의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는 거죠;
덥수룩한 턱수염에 헝크러진 머리,
얼룩진 얼굴, 가벼운 옷차림.
어쨌든 애로 영화 코너를 한참이나 서성이더군요.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휘익- 나가버리는, 듯 했는데,
티 테이블을 한번 보고는 성큼 다가와서 종이컵을 들고,
정수기의 물을 따르고, 다시 휘익- 나가더군요.
저는 다시 한번 "안녕히 가세요" 인사했죠.
그런데 왜인지 가던 길을 멈추고 문 밖에서 서성이는 아저씨.
불안한 마음에 걸레를 들고 현관으로 갔죠.
그리고는 현관문을 닦는 척 하면서 동태를 살폈어요.
잠시 후, 이내 내려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데 뒤 쪽에서 울려퍼지는
패앵-!
하는 소리.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설마 설마 하며 계단을 한칸씩 내려갔는데,
빌어먹을! 역시나!
계단에 코를 풀고 갔더라구요;
그 왜 있잖아요.
아저씨들 잘하는 거.
길을 걸어가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맊고,
고개를 가볍게 돌린 뒤 코에 압력을 가해 콧물을 떨궈내는 기술.
아저씨가 미워요.
모두 다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