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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play 공연후기

개골2006-06-28 17:01조회 753추천 2



방금 전 Sydney Entertainment Centre 에서 있었던 Coldplay 공연 후기입니다. 사진은 내일이나 모래쯤.


< Oh, my Chrissie-* >

X & Y가 발표되고 Coldplay의 호주투어일정이 결정났을무렵, Coldplay.com 호주 거주 회원들에게 선착순으로 스탠딩좌석을 미리 예매할 수 있는 찬스를 준다는 메일이 날라왔다.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2장을 신청하고 답장이 날라오길 기다렸지만 꽝; 결국 이틀 뒤에 티켓판매 사이트를 통해 정식으로 사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꽝;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페이지"를 1시간 가량 죽어라 새로 고침한 후 겨우 내 눈 앞에 떠진 창은 "sold out"  욕이 한바가지 쏟아지고 눈앞은 깜깜해져갔다. (Coldplay가 시러졌다 순간- 느네가 나를 물맥여?)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이베이를 들어가보니 스탠딩은 이미 가격이 치솟을대로 솟아 3배를 훌쩍넘어있었고(up to 400$) 오기심 발동에 내 눈에는 스탠딩 아닌 것들은 눈에 뵈지도 않았다. 이베이를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입찰에서 낙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과 고생 그리고 스킬;이 필요하다.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학기 중이었으니. GG를 치자고 마음을 먹고 웃어도 웃는게 아니고 걸어도 걷는게 아닌 며칠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Coldplay.com에서 호주팬들의 성원에 공연을 추가로 잡았다는 소식과 시드니 3일째 마지막 공연의 우선예매에 뽑히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게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6월 28일 공연티켓을 구하게되었으니.. 오늘로부터 9개월전이다;;

3년 전에 Coldplay 멜번 공연을 2층 좌석 구석탱이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스탠딩 관객들을 때리고 싶을만큼 부러웠었다. 그래서 이번 스탠딩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리 컸다. 그래서 나름대로 서둘러 저녁을 든든히 먹고 공연장인 시드니 엔터테인먼트 센터에 도착하니 6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표에 명시된 공연 시간은 7:45) 계절이 겨울이라 밤 9시는 된 것 같은 어둠 속에 이미 사람들은 100명이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이많은 사람들도 9개월을 기다렸던 것이리라..(징그럽다 진짜) Coldplay의 호주내 인기를 알아볼만한 대목이다. 7시쯤 되자 게이트가 열리고 관객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스탠딩 관객들에게는 핑크색 팔찌를 채워주는데 아쉬운 점은 티켓을 소장할 수 없는 점이다. (팔찌채워주고 티켓 버린다;) 뭐 어쨌든 무적의 팔찌를 보란듯이 차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이 때 경호원이 뛰지말라고 제지하는 것을 무시하고 다들 뛰어가는데 난 왜 안뛰었나 곧 후회하게 된다. 나와 같이간 후배가 자리잡은 곳은 무대에서 5번째줄, 가운데 자리였다. 크리스 피아노 치는건 질리도록 보겠구나 만족하고 주변 풍경을 살펴봤다.

남녀 비율은 6:4 정도로 여자가 더 많아보였다. 뭐 나쁘지 않다. 월드컵의 여파때문인지 싸커루 머플러를 두르고 온 사람들도 보인다. 몇몇 혼자온거 같은 찌질이 같은 애들도 보였다. 왜 그들이 혼자이며 찌질이인지는 패션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회색 교복바지(여기도 교복을 입는다)에 사전만큼 두꺼운 하늘색 털양말을 훤히 보이게하는 매치, 장마철 젖은 빨래마냥 우중충한 빛깔의 목늘어난 상의는 안봐도 DVD다.(호주 남성들의 40%가 이런 알 수 없는 류의 패션을 지향한다;) 아 난 이나라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노력은 매번 개박살나버린다. 그들은 그 사전두께의 털양말을 4계절 애용하며 특히 여름에 반바지와의 매치는 날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린다. 여자애들은 한결 낫다. 유행에 민감하달까. 예를 들면  한국에 스키니 진이 상륙하기 몇년 전부터 이미 스키니 진이란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몸무게가 48이건 70, 80, 90이건 모두 다 입는다. 그게 문제다.

본인과 친분이 있는 rh지인들에게 소개시켜줄만한 호주 미녀들을 물색하고있는데 오프닝 밴드 'Youth Group"이 무대에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이름만 얼핏 들어봤을뿐 전혀 알지 못하는 밴드였다. 여느 때와 같이 메인공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비교체험 극과극이 펼쳐질 줄 알았지만 이게 왠걸? 무대 조명까지 그들을 써포트해주고 관객들은 야유는 커녕 노래를 따라부르기까지 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보컬까지 5인조 밴드로 분위기는 글쎄.. Travis풍이랄까. 담배피고 화장실까지 갔다오느라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해 괜히 아는체하다 엄한 꼴 날까봐 오프닝 밴드에 대해서는 이만. -.-

오프닝 밴드가 의외의 선전을 하고 들어간 시각이 8:30. 슬슬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겨우 고거같고 벌써 지치느냐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호주남자애들 체격이 장난이 아니다. 그걸 1시간가량 버텨냈더니 죽을 맛이었다. 그 때 뛰어가서라도 앞 철봉자리를 맡았어야했다. 무대 앞 5번째 줄 가운데.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 앞에 미녀 3총사가 있었는데 (한명만 이쁘다) 우리가 무너지면 그녀들도 곧 죽음을 의미했다. 보호하려 보호했다기보다는 여자애들이라 우리보다 키가 작아 공연을 보기가 수월했다. 그래서 그녀들을 보낼 수 없었다 -_- 마지막 앵콜곡이 끝났을 때 우리가 사수한 자리는 1줄 밀려난 6번째줄로 이정도면 야신상감의 눈부신 선방이다.
이제 공연장은 거의다 들어찼고 다들 일어나서 앉지도 못하고 허리는 끊어져 가는데 Coldplay는 야속하게도 9시 20분, 정확하게 무려 50분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이 순식간에 꺼지고 비명소리는 극에 달했다. 개인적으로 이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쟈니의 기타솔로가 연주되면서 첫곡은 역시나 Square one으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Politik 특유의 관객들 얼을 쏙 빼놓는 임팩트를 좋아해서 첫곡으로 기대했는데 점프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크리스를 보고 아무렴 어때~ 가 되버렸다.
멤버들의 옷차림은 평소와 같게 검은색으로 통일했고 쟈니는 캡을 썼고 윌은 여전히 almost 대머리, 가이는 어느새 기른 부시시 꼽슬머리, 크리스는 하얀색 스니커즈를 신고 방방 뛰어다녔다. 관객들은 아까보다 3배의 압박을 가하면서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제히 따라부르기까지 하는데 보컬이 완전히 뒤덮여 버렸다. 근데 나도 뛰고 따라불렀다; 어느샌가 마리화나 태우는 냄새가 진득히 공연장을 맴돌기 시작했고-_-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그렇게 강렬하다면 강렬하게 허무하다면 허무하게 첫곡이 끝나버렸다.

두번째 곡으로 Politik을 연주하는데 온갖 레이저 광선에 봉사될 뻔 했다.(콜플 공연의 볼거리 중 하나다) 또, 피아노박자에 맞춰 점프를 해야되었다. 몸이 저절로 반응하니 이것이 스탠딩의 매력인가.. 예전 Radiohead 공연 스탠딩 때는 뛸 일이 전혀 없어 사운드에 집중만 하면 되었기에 이번 경우는 몸은 즐거우나 사운드를 제대로 못즐겨 아쉬움이 컸다. 관객들 소리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사운드가 작게 느껴졌고 걔 중에 보컬음은 3일 연짱 공연때문인지 특히나 약하게 들렸다. 크리스 그 특유의 가성이 안타깝게 들렸으니.. 그래도 전매특허인 냉소적인 보컬은 여전해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다음곡으론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크리스가 처음 도입부인 기타솔로에서 자꾸 틀리자
크리스 왈: "자꾸 틀려서 미안해요. 이제 한번씩 틀릴 때마다 관객들 모두에게 50센트씩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예상과 빠르게 4번째에 Yellow가 터져나왔다. 당연하게 노란색 조명과 레이저는 일제히 쏘아지며 관객들을 더 흥분에 몰아넣고 천장에서 직경 1m쯤 되는 노란 풍선들이 쏟아졌다.( 그 안에 빤짝이 종이) 그 노란풍선공 서로 쳐서 갖고 노느라 대열은 크게 흐틀어지기 시작했고 미녀3총사는 온데간데 없고 다른 뉴페이스 아가씨들이 뒤에 앞에 오른쪽 3면을 감싸니 노란공 원츄!(나중에  알고보니 앞에 2명은 레즈비언이었다 -_-)
원래는 크리스가 노래만 하는데 오늘은 기타도 쳤다. 크리스도 노란공을 쳐내고 터뜨리면서 좋아하는데 하나는 끝내 못 터뜨렸다.
연주가 끝나고 크리스 왈: 기타로 쳐서 나머지 하나 터뜨리려고 했는데 10000명의 호주국민 앞에서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하하하. -_-

호주 축구대표팀의 아쉬운 월드컵 8강 진출 실패에 대한 멘트와 "Is everybody ok?"연사 등 관객을 배려하는 멘트로 분위기는 이쁘게 무르익어갔고 어느새 앵콜까지 시간이 흘러버렸다. 앵콜곡으로는 카일리 미노그의 Can't get you out of my head, In my place, Fix you 를 부르고 1시간 30분여의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셋 리스트> (연주 순서와는 상관없음)

Parachutes
- Don't panic
- Yellow
- Trouble

A rush of blood to the head
- Politik
- In my place
- The scientist
-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 Clocks

X  & Y
- Square one
- White shadows
- Fix you
- Talk
- Speed of sound
- Til Kingdom come

- Can't get you out of my head


좌석에 앉아있을 때는 스탠딩관객들이 하염없이 부러워보였는데 막상 스탠딩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니 좌석에서 아무런 방해요소없이 사운드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게 해준 공연있었다. 그래도 우리 크리스횽아 가까이서 봤으니 몸이 조금 힘든게 대수겠는가. 눈도 마주친 것 같음! 개인적인 생각인데 크리스의 댄스가 톰의 댄스의 아성을 위협할 날이 멀지 않았다.(웨이브에 각기까지!) 키 180을 훌쩍 뛰어넘는 키에 이제 막 30밖에 안된 꽃미남의 그 열정적이고 활발한 모습은 특히, 가끔씩 뱃살이 노출될 때 이것이 진정한 섹시함이구나 깨닫게 해주었다. (여자애들 흘린 침에 바지가 다 젖었다.) 게다가 그들의 아우라는 3년 전에 비해 크게 업그레이드되어있었다.
그래도 나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Swallowed in the sea, Twisted logic,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등 우울함의 극치로 밀어넣는 곡들을 못들은 것. 투어 이름이 Twisted Logic 투어면서 왜 Twisted logic은 연주 안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오늘 공연을 보면서 이제 곧 off로 들어가는 Coldplay, 다음 4집 앨범에서 댄스 및 아우라와 함께 음악성도 작살나게 성숙할 것이리라 내심 기대하고 확신해본다.


P/S
크리스: "제 피아노를 들으러오신 분들 중에 모짜르트나 베토벤 뭐 이런 풍을 기대하고 오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땀범벅이 되서 치는 제 피아노는 그것과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 실망하셔도 절 원망마시고 불평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저말고 공연기획사측에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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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초코머핀군2006-06-28 23:04
와.. 잼났겠다. 그나저나 크리스 유머감각 있넹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6-06-29 00:43
잘봤습니다:)
오힘찬2006-06-29 05:26
이런 생생한 후기 ..

염장이 제대로 군요
Tabitha2006-06-29 08:11
좌석이 전 좋아요.. ㅋ
차차2006-06-29 10:37
또 자랑한다! 스탠딩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는데 사진은 어떻게 찍었어?
regina2006-06-30 01:05
오우.
스크류바2006-06-30 08:22

개골아~~~~~~~~~~~~~~~~~~~~~~~~~~~~~~
오랜만이야 ^^
개골2006-06-30 12:39
초코머핀/ 뭐야 악마형이네? ^0^ 오랫만!
차차/ 메렁~
스크류바/ !!! 형 잘 지내? 가 아니라 잘 있었어? ^0^
adik2006-06-30 16:14
왠지 저 스탠딩 괴로와보인다.ㅋㅋ후기 잘 읽었으~ 공연 후 배 안고팠니? ㅎㅎㅎㅎ 내 동생은 라디오헤드 공연에서 마리화나냄새 잔뜩 맡고, 집에와서 엄청 먹어댔다던데...ㅋㅋㅋ
개골2006-07-01 07:29
adik/ 응 처음에 몹시 괴로웠어; 3, 4곡정도 끝나니까 적응됐지ㅋ 마리화나 냄새 맡으면 배고파져? 난 날뛰느라 배꺼져서 배고픈줄 알았지 -_- 뭐 난 파워에이드로 물배 채우고 말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