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머레이는 연기를 못한다. 사실 못하는 편이지, 아무렴 그를 거쳐갔던 과거의 여자들을, 세월이 지나 지금은 아주머님이 됐다곤 하지만 그렇게 무표정하고 무관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옛여자의 딸이 벌거벗고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봐도 먼산이다. 이 정도면 혀가 저절로 밖에 내둘린다. 그의 멜로 연기는 암말기 선고를 받은 노환자와 다를바 없다.
중후년의 아저씨가 되어버린 Don Jons't'on은 자신의 눈앞에 닥친 여자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억지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그의 옛연인들은 뭔가 한가지 결함을 갖고 살고 있고, 주인공은 거기에 또 한번 몸서리 치면서도 그 결함은 결국 자신 내면의 것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녀들을 퍼즐조각처럼 이어붙이면 결국 돈 존스톤이 되었다. 그건 겉보기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고 주인공 역시 요상한 여행을 통해서 얻은게 없다고 말하지만 자기 자신의 내면엔 현실적으로 커다란 해일이 되어 그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래서 빌머레이의 연기는 탁월했다. 암말기 선고를 받은 노환자처럼 그는 흩어져버린 꽃송이를 무감각하게 쳐다보면서도 그곳에서 희망을 찾았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남아있는 것이니까 너는 현실을 살아라. 꽃은 이미 꺽였지만 그것의 기억, 달콤한 향기와 가시에 찔리는 고통 같은 것들은 영원히 머리에 남아있다. 꽃을 다시 살릴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