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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Babel

캐서린2007-02-21 12:24조회 58



곤잘레스 감독의 세번째 삼중갈등 연작

아모레스 페로스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21그램보다 이야기의 심도가 깊어졌지만 그만큼 산만하고 플롯의 정교함도 사라졌다. 브래드 피트나 야쿠쇼 코지 같은 유명 배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등학생인 치에코와 가정부 아멜리에다.

모로코의 양치기가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당긴 총 방아쇠에 마침 그곳으로 관광온 리처드의 아내가 중상을 당한다. 그들의 가정부이자 보모인 아멜리에는 자기 아들의 결혼식이 코앞이지만 리처드들의 사고 때문에 곤란해하다가 결국 아이들을 멕시코로 밀입국시키기로 한다. 한편 일본의 고등학생 치에코는 자살한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생긴 생활의 빈 공간에 외로움을 느낀다.

바벨은 인간의 언어가 제각각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언어소통에 대한 문제점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바벨은 이의 초점에서 살짝 벗어난듯 보인다.

그건 청각장애인인 치에코의 이야기에서 더욱 확고해진다. 그녀는 언뜻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집안 문제도 그럭저럭 완만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깊게 바라보면 아니러니컬하게도 사랑의 부재 때문에 괴로워한다.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남자에게 함부로 옷을 벗고 치부를 보이며 섹스를 갈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말보다는 마음'이란 영화적 교훈을 억지로 남기려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그런 교훈을 보여주기 전에 문제제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리처드와 아멜리아의 두 이야기가 갖는 트러블은 단지 낯선 상황에서의 당황스러움, 정도이다. 게다가 그 둘의 결론도 사실은 굉장히 '쌩뚱맞다'. 관객의 기대를 반하는 끝맺음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헐리웃으로 진출한 후 자본이 커지니 좀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꾀해본듯하다. 하긴, 따지고 보면 21그램도 좀 커다랬다. 물론 '스케일 큰' 영화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의 겸양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갖고 정교함에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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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철천야차2007-02-21 15:57
좀.. 실망한 영홥니다.
스케일은 커졌는데, 그 스케일의 극단을 잇는 연결고리들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이 감독은 계속 이런 특수한 형식에 매달린 것인지... 형식으로만 승부하는 건 내공이 딸리는 사람들이나 하는 건데;; (물론 감독 본인은 형식과 내용 모두 잘 해보려고 했겠지만, 영화의 '구조' 자체로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다보니;;_)
이랑씨2007-02-24 17:43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치에코 에피소드에서 '영화적 교훈을 억지로 남기려는 것으로까지 보인다'에 공감이 가네요.
LoveDY2007-02-25 03:34
약간 몰입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