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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Linus' Blanket2003-12-25 00:49조회 1088추천 23
이 곳에서 여러분들의 글을 조회해보며 읽을 책을 선정하고, 구입하고, 읽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드보일드 하드럭>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
이렇게 구입을 했고, 현재<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제외한 모든 책을 읽었습니다.

우선 제일 먼저 읽었던 <키친>은 재미있다는 말과, 중독성이 있다는 말에 기대를 했었는데...
개인적인 소감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무엇이 재밌다는 것인지... 읽는 내내 심심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글에서 연상되는 배경이랄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문체도 괜찮았구요.
하지만 그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애가 빌려달라기에 빌려주었는데... 그 애도 저와 비슷한 반응이더군요.
뭐랄까요... 그냥 서술에 지나지 않는 듯한. 성에 대한 물음과 판타지로 뒤섞인 혼탁한.
조금 더 부정적으로 말하면, 그저 자신의 감수성을 글로써 옮겨놓은 것 뿐.
사실, 이런거 좋아합니다.
감수성이 충만한(?)... 소박한 글들...
읽고난 뒤의 감상만으로 따져본다면 제 취향에 딱 맞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몇년만에 간신히 생긴 제 독서욕을... 한번에 무너트릴 정도로 위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그 때의 감상을 제외하고는 남는게 없는 책입니다.

그 다음으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었습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고, 전에 우연히 수필 같은 것을 읽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세라복을 입은 연필에 대한 얘기였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상당히 좋은 감정을 갖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책에 도무지 관심이 없었죠.
<상실의 시대> 역시 읽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흥미는 있었지만, 우습게도 메이져 기피증이 없지 않아 있어서 말이죠.
(조만간 읽어볼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생활의 사소한 것에도 관여할 정도였죠.
예를 들면, 주인공이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읽으며 너무나도 강렬한 충동을 느끼고는 결국.
그 길로 슈퍼에 가서 캔맥주 3캔을 사와서 마셨을 정도였으니까요.
말재간이 없는지라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순간, 주인공의 선택은 지금까지도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의문과 함께, 말이죠.
이 작품도 성에 대한 의문-은 아닌 것 같지만-과 판타지가 뒤섞여 있는 점에서는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잘 정리되었거나 잘 버무려졌다는 사실입니다.
세계관 역시 무턱대고 독특한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체험이나 감상 역시 잘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위 작품에 대한 저의 호감은 주저없이 <해변의 카프카>를 집어들게 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하루키는 단편집 만한 작품이 없다"라던지 "얼마 읽지 않아 실망감에 책을 놓았다"라던지...
하지만 저로써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거대한 편견-호감-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이 작품 역시 <세계의 끝과...> 마찬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개의 이야기가 챕터 하나씩을 건너뛰며 이어지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결합하는 방식,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그 결합이 매끄럽지 못했고, 그 것은 그 사이에 많은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카타가 어렸을 적에 겪은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어째서 껍데기만 남은 것인지...
그것이 사에키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사에키가 '입구의 돌'을 열고 경험한 변화가 무엇인지...
다무라의 존재는 무엇인지... 입구의 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가 말한 피리는 무엇인지...
여러가지 의문이 존재했습니다.
한가지 어렴풋이 이해한 것은 카프카와 나카타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지만, 이 것 역시 의문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어렴풋이 이해한 것은... 하루키의 바램대로 이 작품은 여러번 읽어봐야 될 것이라는 점 입니다.
여러번 읽게 되면 의문이 풀릴 것이라는 짐작. 또는 기대를 갖게 되더군요.
이 작품은 <세계의 끝과...>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두 주인공들의 선택은 달랐지만... 카프카의 선택 역시 의문이 남습니다.
두 주인공들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말이죠.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서 생성되었던 여러 의문들은 후반부에서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의문이 됩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다시 여러개의 의문이 되어 주위를 맴돌게 됩니다.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하루키의 글들은 매력이 있고, 해변의 카프카 역시 매력적이라는 점입니다.
하다 못해 간략히 묘사되는 본 적도 없는 음식들 조차, 먹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갖게 하니까요.
'대공 트리오'라는 생소한 제목의, 더더욱 생소한 -꺼려 한다는게 사실이겠지만- 클래식 음악 조차,
들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갖게 하니까 말입니다.

아직도 저에겐 하루키에 대한 호감이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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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책소모에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정리 안되는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원래 쓰려고 했던 것은 간단한 소감이었는데...
쓰다보니 길어지고,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정리는 커녕 저의 감상 조차도 제대로 적어내지 못한 것 같아 '뭐하러 이 긴 글을 썼을까?'하는 후회도 듭니다만,
아무쪼록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곳의 여러분들의 글로 '독서'라는 저의 낯선 문화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뒤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읽어본 책중에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드래곤 라자>, <퇴마록>,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버지>, <가시고기>,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이 전부일 정도로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책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유령이 도화선이 되었죠.)
앞으로도 저에게 도움이 되는 책소모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2

부끄럼햇님씨2003-12-25 02:43
하루키작품 두개는 저도 안 읽어 봐서 모르겠고

키친은 저 역시 '아니올시다'
kana2004-01-04 03:34
만화책보는것같은 편한느낌예요 둘다.